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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북한 첫 은행털이 보도는 오보..10년전에도 존재
[헤럴드경제] 북한에서 처음으로 은행이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30일 나오자 한국의 모든 언론이 이 사건을 집중조명하고 있다. 마치 북한에서 은행이 털리는 희대의 사건이 역사상 처음 발생한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사실은 북한의 은행털이는 10여년 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서 은행이 털렸다는 사실이 생소하게 여겨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상 첫 은행털이라며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것 또한 북한 사람들이 볼 때 우스운 장면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에 은행이 존재하고 은행털이 사건도 심심찮게 있었다는 것은 이미 우리 언론에 수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지난 2014년 2월 13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2003년 5월말 평양의 중심인 김일성광장에서 약 200m 떨어진 중앙무역은행에서 은행강도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인민무력부 2군단 포병대대에서 포차(이동식 대포) 운전병을 했던 박모씨(26)가 이 사건의 주인공.

군인인 박씨는 무장한 채 대낮에 이 은행에 들어가 4만2000달러를 강탈해 달아났다.


8년간 군복무를 하면서 제대로 먹지 못해 결핵에 걸린 그는 귀가해 집에서 치료하다 돈이 없어 치료도 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극단적인 마음을 먹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엔 한 번 강도질이라도 해서 돈을 써보고 죽자.”

그는 나무를 수류탄 모양으로 깎아 폭약과 심지를 넣고 일명 ‘사제’ 수류탄을 만들었다. 장마당에서 중국산 장난감 권총도 샀다.

박씨는 이 무기들로 무장(?)해 정오 무렵 중앙무역은행을 습격했다.

택시를 타고 은행 앞에 대기시킨 뒤 은행 2층에 올라가서 금고 정리를 하던 여성 직원 4명에게 권총을 들이밀고 금고에서 4만2000달러를 강탈했다.

돈을 훔친 뒤 그는 다시 택시를 타고 달아났다. 운전기사에게는 100달러를 줬다고 한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사건을 보고받고 사회주의 망신이라며 그를 무조건 잡아내라는 지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그는 잡혔고, 그의 가족과 3대가 멸족됐다고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시점에서 또다시 발생한 북한의 은행강도 사건은 최초가 아니다. 또한 물론 생소하긴 하겠지만 호들갑 떨 일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에서 처음으로 은행이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30일 보도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RFA에 “지난 4일 청진시 신암구역의 조선중앙은행 지점이 털렸다”며 “공화국이 생긴 후 처음 있는 일로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이 공화국이 생긴 후 처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북한 사회가 상당히 폐쇄적이어서 정보 교류가 제한되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추정된다.

이 소식통은 “함경북도 도립극장 인근에 있는 신암지점에는 밤새 경비원이 배치돼 있었지만, 사건 당시에는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은행털이범들은 출입문을 부수고 은행에 보관 중인 현금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은행금고에는 내화(북한 돈) 7000만원이 있었다는데 일부에서는 더 많은 돈이 있었다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고 덧붙였다. onlinenews@heraldcorp.com



<사진>북한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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