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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포 개항장 문화산책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 유럽의 오래된 도시를 가보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구시가지는 도시의 역사를 알려주는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많다. 반면 신시가지는 개발과 유행을 보여주는 각종 빌딩과 기업, 쇼핑몰 등 상업적 시설이 볼거리다.

전남 목포시도 우리의 근대사를 볼 수 있는 구시가지와 현재의 발전상을 담은 신시가지를 아울러 지니고 있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의 안내를 받아 목포의 구시가지라 할 수 있는 목포개항장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5월 1~14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봄 여행주간이라 여행을 하기에 안성마춤이다.


목포는 1897년 10월 1일 고종의 칙령에 의해 개항돼 도시 곳곳에 우리 근대사의 숨결이 묻어있다. 일제시대인 1935년에 인구가 이미 6만을 넘어섰다. 이 해에 조선인의 애환을 담은 노래 ‘목포의 노래’가 탄생했다.

목포역 주변 국민은행 앞 네거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유달산 노적봉과 마주한다. 노적봉(露積峯)에는 유달산에 노적(낟가리)을 쌓아 왜군의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어 싸우지도 않고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스토리가 묻어있다.

유달산에서 시작해 공생원 → 조선내화 → 다순구미마을 → 성옥기념관 → 이훈동가 정원 → 일본영사관(목포근대역사관 본관)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목포근대역사관 별관) 정도만 둘러봐도 우리의 근대 100년사가 축약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천천히 걸어도 3~4시간 이면 돌아볼 수 있는 코스다. 마치골목길을 걷듯이 호젓하게 목포 구도심을 도보로 여행하는 재미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쏠쏠하다.

노적봉에서 신안비치호텔 쪽으로 걸어내려오면 해안도로가 오른쪽에 공생원이 있다. 다우치 치즈꼬(윤학자)가 한국 전쟁고아 등 3천여명의 고아를 길러낸 곳이다.

주변에 있는 조선내화공장은 멈췄지만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산업유산’이 됐다. 조선내화 공장에서 산동네 골목길을 걸으면 다순구미 마을이 나온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이나 영주동 산동네를 연상시키는 풍광 멋진 마을이다. ‘다순’이라는 말은 ‘따뜻하다’는 뜻을 지닌 우리 말이고, ‘구미’는 ‘후미진 땅’을 의미한다.

추사 김정희와 그의 제자 소치 허련 등 엄청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성옥기념관, 1930년대 지어진 정원이 일품이어서 영화 ‘장군의 아들‘과 드라마 ‘모래시계’ 등 시대물들을 촬영한 장소이기도 한 이훈동가, 일본영사관도 꼭 둘러 봐야할 곳이다. 주변에는 꽃게살비빔밥이 유명한 ‘장터’라는 식당도 있다.

이곳 구시가지에도 아파트 건물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다. 도시의 역사라는 원본을 훼손하지 않는 ‘도시 재생’이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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