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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심 없다더니…” 문학도 이젠 한류
오래된 정원’ 등 황석영 작품 큰인기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28개국 판권
세계 문예지 한국문학 특집 잇따라



지난 3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했던 파리도서전은 한마디로 한국문학의 새 위상을 보여줬다. 한국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는 발디딜틈 없이 성황을 이뤘고 독자사인회에는 작가의 사인을 받으려는 독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졌다. 특히 소설가황석영의 테이블 앞으로는 줄이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한씨연대기’‘개밥바라기별’‘낯익은 세상’‘오래된 정원’ 등 그의 작품이 다수 번역돼 독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설가 황석영에 대한 관심인 동시에 한국문학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3월 열린 파리도서전에서 황석영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프랑스 독자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사진제공=문학동네]

▶문학한류의 현주소=지난 4월14일 저녁, 영국 런던 켄싱턴궁에서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품의 편집자와 에이전시 초청행사가 열렸다. 맨부커상 13명의 후보 중 6명을 발표하는 오프라인 공식 발표자리였다. 이 자리에 초청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소개한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현지 관계자들이 한강을 비중있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최종수상자는 5월16일 발표된다.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후보는 글로벌 무대에서 최근 한국문학이 이룬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만하다. 2012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5년동안 한국문학은 양과 질에서 크게 성장했다.

현재 한국문학은 40개 나라에 진출, 번역 출간되고 있다.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경우, 현재 영국과 미국을 포함, 모두 23개국에 수출됐으며, ‘소년이 온다’ 역시 10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문학성과 상업성을 고루 인정받으며 28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개가를 올렸으며, 2015년 영국 ‘인디펜던트 해외소설문학상’ 후보에 오른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은 13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가 선정한 ‘2015 범죄소설 톱 10’에 이름을 올린 정유정의 ‘7년의 밤’은 지난해 초판 4000부가 모두 팔려 올 초 2쇄 판매에 들어갔다. 베트남에서도 출간돼 호응을 얻고 있는 이 소설은 독일어권은 물론, 프랑스, 중국, 대만, 태국 등으로 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문학 특집도 줄을 잇고 있다. 아시아 문학 전문 영자 문예지 ALR이 지난달 천명관, 김애란, 김사과 등 한국문학특집호를 발간했으며,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세계의 유수 문예지들이 한국문학 특집을 잇달아 선보였다. 한국문학이 집중 조명을 받기는 처음이다.

▶K문학의 최전선에서= “관심 없습니다.” “000작가의 책에 관심 있으니 소개 부탁드립니다.”

20년동안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데 앞장서온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최근 달라진 한국문학의 달라진 위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외국출판사들이 한국문학의 시장성을 확인했다는 얘기다.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은 번역작품이 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모두 863종의 번역서를 펴내 한국문학을 알리는 창 구실을 해왔다.

최근 미국 유수저널인 ‘세계문학’지에 주목할 만한 번역도서로 선정된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정유정의 ‘7년의 밤’, 펜 번역상 최종후보에 오른 배수아의 ‘철수’,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 등이 번역원의 지원으로 출간됐다.

번역원은 얼마전 미국의 달키 아카이브 프레스를 통해 25권의 한국문학 선집을 발간했으며, 펭귄클래식은 ‘홍길동전’ 등 한국고전을, 미국 카야 프레스는 한국 SF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영미권 독자와의 접점이 늘어나고 있지만 세계문학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은 아직 미미하다. 무엇보다 현지 출판시장에서 상업적인 성공사례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또 본격문학 뿐만 아니라 추리소설, SF판타지 등 다양한 유형의 작품이 발굴, 번역돼야 한다. 이와 함께 동남아, 유럽, 영미권 뿐 아니라 시장성이 큰 아랍권 진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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