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면세점 담합]환차익 본 기간이 환차손 2배인데, 과징금 0원?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5년여간 환율 담합을 해온 8개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공정위는 11일 롯데와 신라, 동화, 워커힐, 관광공사 등 8개 사업자들이 2007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4차례에 걸쳐 환율을 담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부과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 셈이다. 면세점 업체간의 환율 담합은 서로 의견이 어긋나면서 2011년 호텔신라가 빠졌고, 롯데 등 다른 7개 사업자들도 2012년 3월께 중단했다. 업체간 입장차이로 인해 담합이 되지 않는 상황인데 ‘앞으로 담합하지 말라’는 시정명령만 나온 것이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업체들이 담합으로 인해 얻은 부당이득이 미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환율을 담합하면서 환차익만 본 게 아니라 환차손을 보기도 했고, 각종 할인 행사를 한 것을 감안하면 부당이득이 적었다는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그러나 업체들이 환차익을 본 기간이 환차손을 본 기간보다 현저히 긴데도, 업체의 부당이득이 적다고 판단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면세점들은 2007년 1월부터 2008년 2월까지는 달러당 930원의 환율을 적용해 제품 가격을 매겼다. 당시 환율은 달러당 941원부터 990원까지 흘러갔다. 이후 시장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달러당 980원부터 1400원에 이르기까지 환율을 다양하게 적용했지만 담합을 통해 환율을 정했다. 면세점 업체들이 환율을 담합한 63개월 중 38개월은 업체 적용 환율이 시장 환율보다 낮아, 업체가 이익을 봤다. 나머지 25개월은 적용 환율이 시장 환율보다 높아, 업체가 오히려 손해를 봤다.

담합 기간 중 60%는 면세점 업체들이 환차익을, 40%는 오히려 환차손을 본 것이다. 환차익을 본 기간이 손해를 본 기간보다 1.5배 가량 긴데도, 공정위는 환율 담합으로 인한 부당 이득이 미미하다고만 판단했다.

면세점 업체들의 부당 이득이 미미한 것에 대해 할인 행사를 많이 했다는 점을 든 것도 업체의 항변에 해당할 뿐이지, 공정위가 감안할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면세점 업체들은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가자 환율 보상 할인, 판매 촉진 할인 등을 통해 경쟁을 했기 때문에 담합으로 나온 달러 가격 표시대로 제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며 소명하기도 했다. 환율은 담합했지만, 경쟁을 했으니 감안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경쟁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근거로 담합이 아니라는 항변을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할인을 많이 해서 부당이득이 적다는 소명에 대해서도 할인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할인은 소비계획이 없었던 소비자들을 끌어들여서 구매로 이끌기 위해 하는 것인데, 이를 마치 자신들이 담합으로 얻은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준 것이라는 식으로 논리를 대고 있다”고 말했다.

담합이 인정되면 해당 기간 동안 발생한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8개 면세점 업체가 담합하는 5년여 동안 국내 면세사업이 급성장해 일부 업체들이 수조원의 매출을 올렸던 것을 감안하면 최대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나올 수도 있었던 사안이다.

면세점 업계에서 과징금보다도 무서운 것이 향후 심사 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불이익이었다. 관세청은 지난달 4곳의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업체들은 신규 면허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기존 업체들이 과징금을 받게 된다면 신규 면허 심사에서 상당한 불이익으로 작용했을 터였다. 담합 업체들은 이를 돈 한 푼 안들이고 해결하게 된 셈이다.



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