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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뇌물·접대가 경제살린다? ‘김영란법’ 비난의 오류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두고 일부 보수여론과 농축산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부정청탁과 금품 등 수수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식사, 선물, 경조사비로 각각 3만, 5만,10만원을 상한선을 정했기 때문이다. 반대논리는 기업과 관료 등의 업무상 식사와 선물증여 등이 위축될 수 밖에 없어 한우 굴비 과일 등 고가의 선물세트 거래가 급감하고, 외식산업도 판매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농협도 ‘FTA협상 당시보다 더 큰 충격이 우려된다’고 성명을 냈다.

이에 일부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이 나라가 고가의 선물과 고급식사 접대로 굴러가던 ‘뇌물공화국’이었냐며 실망하는 쪽이 더 많아 보인다. 김영란법이 완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직무상 엄격한 청렴도가 요구되는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대상에서,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및 그 배우자까지 확대되면서 지나치게 적용대상이 많아졌다. 핵심은 ‘왜 이 법이 필요한가’이다. 자정기능에만 의존하기에는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공무원 등이 얽히고 설킨 관계가 만들어내는 부작용이 적지않다. 뇌물과 접대를 받은 갑(甲)이 이를 준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을 똑같은 잣대로 평가할 리 만무하다. 김영란법을 우려하는 농축산업계와 외식업계의 반발도 100% 수긍하기 어렵다. 외식업계 매출의 5%가 줄어든다거나, 축산 과수재배 농가가 다 죽는다는 것은 매출감소 가능성을 침소봉대한 느낌이다. 마녀사냥 혹은 공포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십만원대의 한우나 백화점 굴비ㆍ과일세트의 경우 기업이나 관공서의 명절선물로나 거래되는 일부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김영란법 도입으로 기대되는 긍정적인 면은 과소평가되거나 무시되고 있다. 3만원짜리 식사는 되고 4만원짜리는 안되는 기준이란 없다. 당연히 4만원짜리 먹어야 대화가 되고 사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반대급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4만원짜리 식사접대한 사람을 범죄자 만들자는게 아니다. 고가의 선물과 식사를 주고받지 말자는 인식을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고가의 선물과 식사접대를 금한다고 경제가 죽고, 허용한다고 경제가 살지 않는다. 2004년 접대비 실명제 도입 당시 5조원대였던 기업접대비 규모는 2014년 9조원을 넘어섰지만 지금 가계경제는 최악에 가깝다. ‘그들만의 리그’는 국민 살림살이와는 연관이 없다는 얘기다. 적정한 접대가 정착된다면 오히려 중저가 식당 등 서민경제로 돈이 흘러들어갈 수 있다. 고가 선물매출 감소보다 ‘접대관행’이 계속되는 사회가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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