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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문은 왜 새누리인가?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뜨겁다’. 줄기차게 대선 후보로 거론된 그다. 때마침 방한 일정이 잡히면서 ‘반기문 대망론’은 피할 수 없는 화두가 됐다. 반 총장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경계심은 임기 종료가 다가오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이젠 ‘총장 그 이후’로 무게추가 옮겨간다.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끊임없이 오르내리지만, 반 총장의 이력을 보면 사실 갸우뚱할 대목도 적지 않다. 오히려 반 총장의 주요 경력엔 야권의 흔적을 빼놓을 수 없다. 반 총장은 1970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 시절을 거쳐 김영삼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차관,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그가 UN 사무총장에 오른 건 노무현 정부 장관 때다. 당시엔 국제사회에선 아시아 사무총장이 유력한 시기였다. 직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가나 출신으로, 차기 순서는 아시아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이 유력후보로도 꼽혔다. 반 총장을 외통부 장관에 앉힐 때부터 UN 사무총장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신일 피살사건을 계기로 반 장관 경질론도 불거졌다. 여권에서도 연일 압박강도를 높였다. 끝까지 이를 막고 경질하지 않은 노 대통령이다. 박수길 전 UN대사는 ‘한국 외교와 외교관’을 통해서 “당시 노 대통령이 ‘장관직을 유지하는 게 사무총장직에 진출할 때 유리하다’는 이유로 이를 유지시켜줬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의 동북아균형자론도 반 총장의 당선에 큰 힘이 됐다는 게 박 전 대사의 설명이다.

사무총장 선거 때에도 노 대통령은 특정국가가 반대에 나섰다는 풍문이 돌자 “지금이라도 그 나라를 방문할까”라고 물을 만큼 전방위적으로 반 총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이유로 ‘반기문 대망론’ 초기엔 오히려 야권 후보로도 오르내렸던 반 총장이다. 그럼에도 이후 야권에선 사실상 반 총장의 이름이 사라졌고, 새누리당은 반 총장을 유력한 새누리당 후보로 기대하고 있는 기류다.

그 배경엔 여야 대권 후보의 현황이 깔렸다. 야권에선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유력 잠룡뿐 아니라 김부겸 의원, 정세균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새롭게 오르내리는 후보군도 적지 않다.

반면 여권엔 마땅한 후보가 드러나지 않는 형국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총선 이후 잠행 모드에 들어갔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유승민 의원은 복당마저 난관이다.

이미 대선 후보가 넘치는 야권과 달리 마땅한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 여권에선 ‘반기문 카드’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반 총장의 불명확한 입장 표명에도 끊임없이 여권에서 반 총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속사정이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을 선택할진 여전히 미지수다. UN 사무총장에다 충청권 중원의 민심도 얻을 수 있는 반 총장이기 때문에 대선에 도전하면 그 영향력은 대선 판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다만,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반 총장 입장에서도 위험 부담이 크다. 반 총장에 기댄다는 건 그만큼 새누리당 상황이 위태롭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선택의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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