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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먹거리 나눔’의 선순환
1967년 미국에서는 ‘제2의 수확(Second Harvest)’이라는 운동이 시작됐다. ‘푸드뱅크(Food Bank)’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식품의 생산ㆍ유통ㆍ판매ㆍ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남은 먹거리를 기증받아 소외계층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후 80년대에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세계적으로 확대됐으며, 우리나라도 1998년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푸드뱅크 사업이 시작됐고 지금은 전국적으로 200여개소의 푸드뱅크가 운영되고 있다.

아일랜드에는 ‘푸드클라우드(Food Cloud)’라는 음식 공유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슈퍼마켓이나 빵집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하루 영업이 끝나면 남은 음식의 정보를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린다. 음식정보는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복지단체에 전달되고, 복지단체는 업체에서 음식을 받아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눠준다. 푸드클라우드의 창업자는 “국민의 10%가 굶주리는 아일랜드에서 매년 수백만톤의 음식물이 낭비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 둘을 묶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먹거리 재분배를 통한 나눔’이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푸드드림 행복나눔단’을 발족했다. aT와 농식품유통교육원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한 교육생기업 31개사, 복지단체 10개소가 공동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기업이 생산하는 각종 채소, 과일, 가공식품 등 다양한 식재료를 지정된 복지단체에 매달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시스템이다. 복지단체에서 필요로 하는 식재료 물량과 종류를 사전에 면밀히 파악할 수 있고, 참여기업이 직접 만드는 신선ㆍ가공식품을 적재적소에 전달할 수 있어서 기업과 복지단체 모두 크게 환영했다.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후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말연시, 명절 등에 집중되는 일회성 성금이나 물품 전달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새로운 먹거리 상생협력 모델이자 낭비 없는 ‘선순환 먹거리 나눔’ 시스템이다. 농식품유통교육원이 위치한 수원시 및 수도권 복지단체를 중심으로 시작했으나 향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참여기업은 100개, 복지단체는 20개소로 늘리고 연말에는 참여기업들과 함께 하는 먹거리 봉사활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민이 하루 동안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 폐기물이 매일 2500t에 달한다. 1년이면 91만t, 1인당 무려 90㎏에 해당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 그냥 버리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 결식아동 숫자는 40만명이 넘는다. 전국 각지에서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음식 기부는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차원뿐만 아니라 먹거리의 사회경제적 활용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남은 먹거리는 자원낭비이자 음식물 처리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향후 식량안보 시대를 대비해서도 음식물의 효율적 생산과 소비, 분배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무엇보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큰 희망이 된다.

윈스턴 처칠은 “우리는 벌어서 생계를 유지하고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간다”고 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향후 많은 농가와 식품기업, 복지단체들이 ‘푸드드림’ 활동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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