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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학벌없는 능력중심 사회를 꿈꾸며 -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우리 사회는 학연(學緣), 지연(地緣), 혈연(血緣)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학연은 학벌(學閥)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의미는 ‘소수의 대학 출신자들이 특정한 인연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현상’을 나타낸다. 사회적 평판에 의해 대학이 서열화되고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은 학생들 간의 무한 경쟁을 유발하며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하지만 지능정보사회로 지칭되는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면서 사회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소위 간판으로 상징되는 ‘학력(學歷)’보다는 개인이 갖고 있는 역량이 강조되는 사회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대학입학 시험의 성공으로 평생을 누리고 살던 시절이 지나고 진정한 역량을 요구하는 능력중심사회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의 졸업장은 개인의 능력을 대표하는 결과물로서 사회의 각 분야에서 통용될 수 있는 신호(signal)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어느 대학의 무슨 과를 졸업했는지에 따라 그리고 대학의 학점에 따라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한 것이다. 능력중심사회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존에 강력한 파워를 행사했던 학력을 대체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것이 직무능력이다. 직무능력은 산업현장에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소양 등을 의미한다. 선진 유럽, 특히 영국, 호주 등의 영연방 국가들은 직무능력에 대한 표준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측면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개발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개인이 보유한 다양한 능력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능력 간 상호 인정 틀인 ‘국가역량체계(NQFㆍNational Qualifications Framework)’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들과는 달리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인력의 공급 측면에서 이론중심, 학문중심의 교육에서 역량중심의 교육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을 알고 있는지’가 아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력의 수요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계의 인재 관리 방식의 변화다. 우선 채용에서부터 대규모 공채식의 채용을 통한 취업준비생 줄 세우기가 아니라, 채용직무별로 모집단위를 세분화하고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평가해 채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능력중심사회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선 제도적 측면의 변화 뿐 아니라 산업계, 교원, 학생, 학부모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개인을 평가하는 잣대로써 학력이나 학벌 등의 간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진짜 실력을 보고 평가하고자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분명히 능력중심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조금씩 능력중심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인 노력과 기업과 국민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그 변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학벌 없는 능력중심사회를 꿈꿔보자. 


-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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