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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파리협정, 나의 오늘과 내 자녀의 미래를 그려보며 - 윤세웅 WWF 대표
유엔기후변화협약 협상회의가 5월 16일부터 열흘간 독일 본에서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지난 4월 22일 뉴욕에서 개최된 ‘파리협정’ 서명식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함이 주 목적이다. 지난 서명식에서 중요한 논의들이 오고 갔지만, 그 중 주목을 받았던 일 중 하나가 미국을 대표해 나온 존 케리 국무장관이 서명식에 손녀를 꼭 껴안고 등장한 것이다. 존 케리 장관은 기후변화대응은 미래세대를 위한 의무라는 뜻에서 손녀와 함께 서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작년 말 파리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UNFCCC COP21)에서 195개국이 합의하여 시작되는 파리협정. 전 세계가 참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총 21년(당사국총회는 매년 열린다)이 걸렸다. 2100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의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제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파리협정’의 발효를 위한 서명을 시작한 것이다. 당일 뉴욕 유엔 본부에 전 세계 175개국이 서명에 참여하며,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서명에 참여한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대비 37%를 감축하기로 했고 이에 산업 부문을 포함한 각계가 경영 방침과 정책을 바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이후 법제처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재가를 얻고 필요에 따라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치게 된다. 한국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올해 안으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확정하고 이행평가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감축목표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현재의 나, 그리고 더 나아가 미래세대를 위한 의무이다. 기후변화정부간패널 제5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의무를 다하지 않고 지구의 온도가 2.9도 상승할 경우, 열 스트레스와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100년까지 20%로 글로벌 생산성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3도에서 4도 상승 시, 농작물이 적응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으로 농업 생산 및 글로벌 식량 안보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혹시 먼 미래의 일이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파리협정서 서명이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한 단계로 역사에 기록되는 동안, 지구 온도와 심각한 기후변화의 영향 역시 역사에 기록될 수준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2016년 3월은 지금까지 가장 온도가 높았던 3월로 기록되었으며, 동부와 남부 아프리카에 최악의 가뭄이 강타했다. 국내에서는 이상고온으로 인해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의 발생이 잦아지고 있고,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의 93%가 산호 백화 현상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린란드의 빙상 역시 급격히 녹고 있다. 기후변화는 오늘날 우리의 일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절대 스스로 해결되지 않을 심각한 문제이다. 1.5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나 기후변화 영향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생존이냐 위기냐를 가르는 차이이며, 미래세대에게는 있을지 없을지 모를 삶의 면면에 관한 문제다.

이번 협정을 발효함과 동시에 1.5도 목표에 초점을 맞춰 즉각 각국의 자발적 기여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강화된 목표와 재생에너지 확대, 산림 보전, 기후 재원 마련 등 이행조치가 취해져야 파리협정이 단지 서명된 종이문서를 넘어서,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활용 될 수 있다. 협정의 세부 이행 규정을 구체화하기 위해 독일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협상회의가 온도상승 3도에 미칠 기존 계획을 뛰어넘는 발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에서도 빠른 시일 내 파리협정이 비준 절차를 밟기를 기대한다.

- 윤세웅WWF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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