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1시 20분으로 예정된 제8차 상임전국위는 그로부터 1시간이 지나도록 시작할 기미가 없었다. 성원 달성이 어렵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직자들은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혁신 실패의 신호탄은 정두언 의원이 처음 알렸다. 2시 30분께 상임전국위 회의장에서 나온 정 의원은 “사람이 없다, 정당이 아니고 패거리집단이다.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식으로는 안 한다”며 “당의 존립이 문제다”라고 분노를 쏟아냈다. 이어 정 원내대표도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온 뒤, 상임전국위는 무산됐다.
17일 오후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던 새누리당 전국위원회가 성원 미달로 무산됐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제8차 상임전국위가 무산된 뒤 연이어 제4차 전국위원회도 무산됐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연단에서 “성원이 되지 않아 회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참담한 현실을 어던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 멀리 찾아오신 전국위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전국위 무산을 선언했다. 전국위원 850명 중 과반이 참석해야 회의가 열리는데, 정족수에서 70여명이 부족했다.
홍 사무총장의 발언이 끝나마자 몇몇 전국위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끄럽다”, “이러니까 선거에 패하지”, “이게 말이 되냐”며 큰 소리로 반발했다. 대다수 위원들은 허무한 표정으로 썰물처럼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당직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제 망했다”고 수근댔다. 전국위원 인원을 파악하던 직원은 말없이 벽에서 ‘제4차 전국위원회’라고 적힌 포스터를 떼어냈다. 기자들은 “김용태 의원이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할지도 모른다”며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국위가 모두 무산된 직후,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혁신위원장직 수락 이틀 만에 사퇴했다.
y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