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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카이스트 교수] 실패를 통해 혁신은 다듬어진다
성공한 기업가는 연속 기업가로서 더 많은 벤처를 만들고, 실패 기업가는 재도전으로 성공하는 게 혁신 국가의 지향점이다. 진정한 창업 활성화는 성공과 재도전의 선순환으로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선 우선 실패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어야 한다.

혁신은 도전에서 시작되고 도전은 본질적으로 실패를 내포하고 있다. 실패를 없애면 창조적 도전도 사라진다. 창조성은 잘 짜여진 군대같은 일사불란으로부터가 아니라 시끄러운 시장의 혼돈에서 발현된다.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바탕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실패사례가 깔려 있다. 도전에 실패한 인재를 징계하면, 조직은 실패하지 않을 기술만 개발하다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된다.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학문이 ‘실패학(failure study)’이다. 실패학 창시자 하타무라 도쿄대 명예교수는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를 구별하라고 한다. 나태와 도덕적 해이로 인한 실패는 나쁜 실패다. 그러나 창조적 도전에 의한 실패는 좋은 실패다. 우리가 속했던, 익숙한 추격경제 시대에는 목표에 미달한 대부분의 실패는 나쁜 실패로 간주됐다. 그러나 우리가 속해야 할 창조경제에서는 대부분의 실패가 미지의 불확실성에 도전한 것이므로 혁신의 과정으로 간주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패러다임 전환의 혼돈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는 중이다.

기업의 성과는 확률과 결과의 곱인 기대값이다. 추격경제에서는 실패확률은 낮으나 결과도 그저 그런 사업을 영위해 왔으나, 창조경제에서는 성공확률은 낮으나 대박이 기대되는 사업을 추구해야 한다. 실패하지 않는 게 아니라 성공의 대박을 터뜨리는 게 중요해진 것이다. 바로 기업가정신과 벤처가 미래의 성장동력인 이유다.

그런데 대박사업은 사전에 아무리 면밀히 검토해도 예측 불가능하며, 이것이 창조경제의 본질이다. 결국 대안은 현명한 시도를 많이 하는 방법밖에 없다. 창업의 실패는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본질이다. 그러므로 실패는 사전 준비를 통해서 줄일 수는 있으나 없앨 수는 없다.

실패가 없는 창업은 분명 불확실에 도전하는 벤처적 창업이 아니다. 실패는 학습을 통해서 혁신으로 가는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유럽연합이 정직한 실패를 지원하라고 중소기업법에 명문화한 이유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기업 경영에 실패한 사람은 실패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대부분 신용불량자라는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기고 있다. 일단 신용불량자로 만든 후 일부만 선별적으로(2%선) 구제하는 게 현재의 재도전 기업가 정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한다는 게 사지로 학도병을 내몰던 짓과 다를 게 뭔가. 선별적 구제가 아니라 원칙적 재도전이 보장돼야 청년창업은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나 횡령과 같은 도덕적 해이가 있는 실패까지 지원하자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한 실패는 지원하되, 나태에 의한 실패는 지원하지 말고 도덕적 해이는 가중 징벌하라는 것이다.

지금 일선에선 선별적 재도전과 원칙적 재도전 패러다임이 충돌하고 있다. 원칙적 징벌과 선별적 구제를 원칙적 재도전과 선별적 징벌로 바꿔야 한다. 도덕적 해이를 구별하는 법은 간단하다. 형법상 횡령에 국한하면 된다.

지나치게 비정상적인 실패 기업가에 대한 사전징벌을 풀면 국가혁신의 동력을 확보하고도 남는다. 실패를 통해 혁신은 다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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