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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메르스 1년, 그리 혼쭐이 나고도 달라진 게 없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지 20일로 꼭 1년이 된다. 메르스의 악몽은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허술한 방역체계와 수준 이하의 위기대응 시스템은 우리 사회를 일대 혼란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38명이 목숨을 잃고, 무려 1만7000여명이 격리된 메르스 사태는 경제적 파장도 대단했다.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꺼려하는 분위기 탓에 각종 공연장과 경기장, 시장과 백화점 등 내수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등 해외 관광객들의 입국 기피로 관광산업은 일대 위기에 직면했다. 메르스 사태가 경제성장률을 0.3% 가량 끌어내렸다(한국은행 분석)고 하니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렇게 혼쭐이 나고도 1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건 거의 없다. 지난해 9월 정부는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종합한 국가 방역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질병관리본부장 차관급 격상, 역학조사관 증원, 감염병전문병원 지정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변화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가령 사태를 키운 근원적 문제였던 감염병 컨트롤 타워는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질본이 격을 높였다지만 여전히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일 뿐이다. 미국의 질병통제본부(CDC)처럼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권한을 행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 인력 확보는 그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역학조사관 30명을 충원하다는데 세차례 공개채용을 하고도 예정된 인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2년 계약직인데다 급여수준도 열악한데 역량있는 인재들이 선뜻 지원할리 만무하다.

무질서한 병문안과 시장바닥같은 응급실 등 병원문화 역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환자 1명이 입원하면 시도 때도 없이 줄줄이 병실을 찾는 한국적 병문안 행태는 메르스 확산 원인의 하나였다. 주요 대형병원들은 메르스 사태 직후 문병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막무가내인 문병객들로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응급실 보호자 출입 억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 의료 현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참에 제대로 뜯어 고쳐 또 다른 의료재앙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더 확고해야 한다. 필요한 시설과 인력지원에 과감하게 예산을 투입하는 등 범 국가차원에서 방역체계를 개편해야 실효성이 있다. 병실 문화 개선을 위한 국민들의 인식변화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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