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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리, 닮고 싶은 CEO서 피의자 신세로
살균제 판매 최고시점 대표 역임
하버드 MBA·테스코·구글…
화려한 경력속 외부강연 인기
檢 본사개입 여부도 집중 조사



초유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이 23일 오후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의 한국계 미국인 존 리(48ㆍ사진) 전 대표(현 구글코리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한다. 옥시 최고경영자 출신 외국인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영국 본사 개입 여부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법조계와 IT업계 등에 따르면 존 리 전 대표는 미국 칼튼 칼리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를,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전문석사(MBA)를 취득한 이후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가정용품업체인 클로락스의 한국지사 대표를 역임한 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를 이끌었다. 이후 2010년 테스코 중국지사의 마케팅ㆍ사업운영 총괄역을 거쳐, 지난 2013년 11월에는 3개월째 공석이던 구글코리아 대표에 전격 선임되면서 다시금 이름을 알렸다.


옥시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첫 23일 검찰 조사를 받는 한국계 미국인 존 리(48) 전 대표(현 구글코리아 대표). 영국 본사 개입 여부 등 각종 의혹들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한국에서 그는 강연 등 활발한 외부 활동으로 대학생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 매체가 전국의 대학생 1000명(남녀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닮고 싶은 최고경영자(CEO)’ 설문조사에서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으로 ‘외국계 CEO 부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작년에는 창업가들에게 멘토링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구글캠퍼스 서울’을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설립해 정치권과 재계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년 사이 업계에서 존경받는 외국계 기업 CEO에서 가습기 살균제 가해업체의 대표로 사법처리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검찰은 존 리 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판매가 가장 많았던 시기인 2000년대 중ㆍ후반 옥시의 경영 책임자였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이 제기된 상태에서도 판매를 강행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옥시 영국 본사의 책임 소재가 가려질지 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영국 본사는 국내 피해자들로부터 호흡 곤란, 가슴 통증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이 들어온 이후에도 조직적인 게시글 삭제 등 증거인멸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존 리 전 대표가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대한 공식사과를 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지난 19일 옥시의 재무담당 이사 울리히 호스터바흐(독일 국적) 씨가 검찰에 출두했을 당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아 빈축을 산 바 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하 가피모)은 전날 국회의원 회관에서 사단법인 설립 총회를 열었다. 가피모는 그동안 법적 등록이 안된 피해자 중심의 임의단체였지만, 이를 법인으로 전환해 피해 보상 활동을 체계화하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사회적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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