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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역 살인사건 현장검증] 흉악범도 ‘정신분열증’이면 형량 줄어…처벌과정 논란 예고
경찰 “여성혐오 아닌 조현병”결론


경찰이 강남역 부근 공중화장실에서 벌어진 20대 여성 살인사건에 대해 ‘여성 혐오’에 의한 범죄가 아닌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같은 결론이 피의자 김모(34) 씨에 대한 향후 처벌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경찰 관계자 및 범죄분석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씨 측은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경찰이 결론 내린 조현병 등 정신이상적 측면을 부각해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임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법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미약한 ‘심신미약’ 상태인 경우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형법 10조 2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직 기소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 김 씨에 대한 처벌 수위를 논의하는 것은 다소 이른감이 있다”면서도 “현재 우리나라 형사 사법체계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온전하게 책임질 수 있는 상태에서 저지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더 엄중하게 묻고 있다. (피해를 입은 쪽은 정말 억울하겠지만) 김 씨의 경우 정신이상이 인정된다면 처벌 감경에 어쩔 수 없이 무게가 쏠릴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가는 김 씨의 주요 범행 동기를 조현병으로 보고, 여성혐오 등 다른 이유를 배제한 경찰의 결론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수사 기관인 경찰이 피의자의 혐의를 수사할 때 지은 죄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오히려 경찰이 나서 처벌 수위를 결정할 때 감형의 주요 이유가 되는 ‘정신 이상’을 사건 발생의 주요 이유로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의 경우 정상적인 상태에서 벌어진 범죄라면 반인륜적인 범죄인 만큼 처벌이 징역 25년까지도 내려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전 판례에 비춰보면 형량이 7~10년에 불과한 조현병이란 정신이상에 따른 살인으로 사건 발생의 주요 원인을 꼽았다”며 “경찰 입장에서도 ‘여성 혐오’로 인한 범행으로 결론날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불거질 수 있는 ‘혐오의 조직화’ 등 사회 갈등의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2일 서울지방경찰청은 프로파일러(범죄행동분석 전문가) 5명이 구속된 피의자 김 씨를 면담한 결과 조현병 증세에 의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경찰은 “체포 직후 김 씨가 ‘여성에게 무시당해 화가 났다’고 진술해 ‘여성 혐오 범죄’로 추정됐지만 정밀 조사에서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로 판명됐다”고 했다.

또 경찰은 김 씨가 2003년부터 “누군가 나를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주변에 말하는 등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고, 2008년 조현병 진단을 받은 뒤 여섯 차례에 걸쳐 19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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