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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책특권 악용해 처벌 피하는 주한 외교관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주한 외교관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을 악용해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주한 뉴질랜드 영사 L씨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지만 외교관 신분임이 확인돼 바로 석방됐다.L씨는 지난 24일 자정 무렵 용산구 한 호텔 내 술집에서 같은 뉴질랜드인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자리가 이어지던 중 일행들이 20대 여종업원을 추행하려 했고 이를 말리려는 다른 종업원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는데 L씨가 이들의체포과정을 방해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 L씨는 순찰차를 가로막으며 발로 차고 경찰관들을 밀친 것으로 확인됐다.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각종 관습을 성문화한 빈 협약은 외교관에게 각종 면책특권을 부여했지만 주한 외교관들이 이를 악용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30년 전쟁 이후 근대국가의 주권을 확립한 베스트팔렌 조약 비준식.

그러나 관할 지구대는 L씨를 순순히 놔줄 수 밖에 없었다. 외교관은 1961년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 상 면책 특권이 주어지기 때문. 빈 협약은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 공관 직무의 효율적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외교관들에게 특권을 제공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같은 특권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된 오래된 관습이다.

외교관에게 주어지는 특권 중 대표적인 것이 ‘신체 불가침’이다. 외교관은 접수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어떤 형태의 체포 또는 구금을 당하지 않는다. 이는 외교관들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형사나 민사재판 관할권도 면제돼 한국이 아닌 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본국에서 들여오는 외교관 물품은 동의없이 검열할 수 없고 관세나 조세, 소득세도 면제된다. 공관이나 관사에 경찰이 허가 없이 들어갈 수 없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주한 외교관들이 이같은 면책특권을 악용한다는 점이다. 주한 몽골대사관 참사관 B모(43)씨는 지난 4월 서울 역삼동 한 이면도로에서 자신의 외교차량으로 다른 차량을 들이받아 상대 탑승자에게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사고 당시 B씨는 음주상태로 혈중알코올농도는 0.068%였지만 추가조사를 위한 출석요구에 변호사를 통해 불출석 신고서만 제출했다. 형사재판 관할권 면책 조항을 내세운 것.

지난해 10월에는 러시아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만취한 상태로 한밤중에 한국인 여성과 중국인 남성 등 3명에게 아무 이유없이 주먹을 휘둘르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폭행을 가했지만 형사처벌을 피했다.

2012년에는 일본대사관 주재관이 술을 마시고 택시기사를 폭행했지만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외교 차량이 주ㆍ정차 위반 등을 저질러도 강제징수를 할 수 없다보니 체납률도 높다. 지난 2011년 당시 한나라당 김태원 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외교공관 차량 주정차 위반 적발현황에 따르면 서울시가 2008년부터 2011년 7월말까지 7313건의 주정차 위반을 적발해 과태료 2억9068만원을 부과했지만 이중 58.9%인 4308건이 체납됐다. 누적 체납률은 63.1%였다.

그러나 이같은 외교관들의 ‘비행’이 법적 책임을 피할 수는 있어도 정치적ㆍ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빈 협약 41조는 외교관들에게 접수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의무와 함께 해당 국가의 법규를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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