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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점장 시켜줄게’…물품강매로 100억 챙긴 다단계조직
-중장년층 구직자 대상 취업미끼로 수백만원 물품 강매
-서울시 특사경, 2개 불법업체 법인대표 등 6명 입건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직장을 구하던 60대 남성 성 모 씨는 ‘급여 300~400만원 보장’이란 벼룩시장 광고를 보고 해당업체에 전화를 했다. 일정 교육만 받으로 지점장으로 채용된다는 말에 솔깃했다.
 
성 씨는 뒤늦게야 수백만원짜리 산소발생기를 판매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급한 마음에 친구에게 사정해 650만원짜리 제품 1대를 팔았지만, 더 이상 팔 곳이 없었다. 

사무실의 강매분위기에 못 이겨 20일 간격으로 650만원을 주고 제품 2대를 아들, 딸 이름으로 구매했다. 결국 6개월 뒤 퇴사했지만 그 때 긁은 카드 할부를 갚는 중이다. 

판매원 모집 광고.

40~60대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지점장으로 채용하겠다고 속인 뒤 수백만원의 산소발생기 판매를 강효해 100억대 상당을 챙긴 무등록 다단계 판매조직이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에 적발돼 관련자 2개 법인과 법인의 대표, 부사장, 사내이사 등 6명을 형사 입건했다.

이번에 적발된 다단계 조직은 2010년 6월부터 130~700만원대 산소발생기 3500대를 팔아 벌어들인 돈만 109억 상당이다. 관련자(법인대표 등 6명)들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광고에 속아 채용면접을 본 인원만 하루 30명에 달했다. 이중 1000여 명 절박한 심정에 지인, 친인척에게 고가의 산소발생기를 판매해야했다.


이 업체에서는 생활정보지에 구인광고를 내거나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검색하는 방법으로 다단계판매원을 모집해 왔다. 40대이상 구직자들이 주로 ‘관리’ 분야에 지원한다는 것을 노려 중장년층에게 쉽게 다가오는 내용으로 구직자를 유인했다.

판매원모집은 ‘광고’(벼룩시장, 교차로 등)와 ‘서칭’(사람인, 알바천국 등)으로 구분했다. ‘지점장으로 모십니다’, ‘45세이상 기업 및 관공서 퇴직자 우대’, ‘거래처, 협력사 관리’ 등 다단계 영업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문구도 연구해서 샘플화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 ‘마음이 따뜻한 여성사업가’, ‘거래처동행출장’ 등 호기심 갖도록 광고하거나 ‘골프가능자 우대’ 로 재력 가늠하도 했다.

이 업체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구직자들을 상대로 6주 연수 후 ‘지점장 채용’을 약속했다. 하지만 연수 3일째 본색을 드러내며 “연수기간 중 산소발생기를 판매해야 지점장이 된다”는 식으로 말을 바꿔 구직자들에게 고가의 산소발생기를 판매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점장이 되도 이때부터는 조직관리(일명 ‘새끼치기’)를 해야 했다. 조직관리란 하위판매원을 모집해 매출을 올리게 하는 것으로 만약 아래 단계를 모으지 못해 하위 매출이 0원이면 본인수입 또한 0원이다. 

구직자가 실적을 올려 지점장이 되면, 자신이 속은 방법대로 또 다른 구직자를 유인해 하위판매원으로 모집,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기도 했다. 지점장 1인당 광고비만 월 40만원 이상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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