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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상복 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대표] 독성인간의 탄생과 해독제
흔히 대화 전에 꼭 필요하다는 ‘라포’(rapport)라는 말은 프랑스어에서 왔다. 이 말에는 의사와 환자의 믿음이나 심리적 신뢰 형성을 뜻하는 치료적 동맹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오늘날에 와서는 사람과 터놓고 이야기 하기 위한 사전 관계 형성을 강조하는 의미가 추가되었다.

‘라포 형성’이란 우선 이성적이고 목적이 있는 협조를 확인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런 단계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으면 진정한 대화를 하기 힘들며 상대를 침범하게 된다. 

그러나 이에도 감정교류가 차단되면 될 일도 안된다. 감정을 해소하거나 상호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두 사람 간에 감정이 남아 있으면 상대는 방어나 회피하기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태도’(good attitude)로 거부할 수 있으나 이는 후환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대화 전 라포는 상호 협조적인 대화를 하고자 하는 마음 준비이며 감정일치 작업이다.

이 작업이 흔쾌히 대화하자는 의사확인보다 앞서 할 일이다. ‘우리 이야기 좀 할까요?’라는 제안에 긍정적으로 답하고, 서로 상대의 마음을 열고 생각을 탐색하는 존중감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오늘 날 정서적 의사소통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살면서 만나는 중요한 타인들, 부모나 형제, 친구에게 지지와 공감을 받거나 격려를 누리며 생활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 경험이라는 것도 대부분 매체나 사회 언론에 유도된 감정이 대부분이다. 몸이 떨리는 감동 체험도 컴퓨터 게임이나 드라마를 통해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런 감정생활, 직접적 정서적 의사소통 빈곤은 대화에 요구되는 라포 형성을 더욱 더 어렵게 한다. 라포를 할 수 없거나 이에 응답하지 못하는 사람은 ‘긍정적 전이’조차도 형성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인간관계는 물론 내면마저 메말라 버린다. 언제나 처리할 수 없는 고통, 해결 못하는 갈등, 멈추지 않는 원천이 되버린 내면의 자학적 속삭임에 시달리고 힘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감정고갈을 대신 채우는 것은 ‘대상을 향한 증오’뿐이다. 이름하여 독(毒)을 품고 있는 독성(毒性)인간의 탄생이다.

이런 인간은 타인과 협조할 수 없고 외부에 대해 오직 순응하거나 공격하는 두 기능만 갖는다. 묻지 마 행동이나 범죄는 독성의 행동화(acting out)일 것이다.

라포 형성, 관계 맺기는 이런 독성의 해독제이다. 관계의 그물망은 긍정적 전이를 상호 촉진하게한다. 이런 조짐은 대상에 대한 관심을 드러낼 힘이 되고 사랑의 묘약을 체험하게 한다. 이는 우리 안의 거율뉴런을 통한 감정적 전염(emotional contagion) 때문이다.

시작은 간단하다. ‘우리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이것으로 안될 것 같으면 이 말에 따뜻한 ‘눈길’을 보태면 된다. 자신의 눈길이 오랫동안 무관심한 눈빛으로 오염되어 있을지 몰라 두렵다면 이번에는 가슴을 보태면 된다. 심장이 뛰고 있다면 그 가슴은 따뜻할 것이기에 염려 없다. 자신이 살아 있다면 심장 또한 뛸 것이다. 이정도가 된다면 라포 형성의 기본이 되는 감정교류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음 단계는 ‘이성적이고 목적이 있는 협조’ 작업으로 나아가면 된다. 이른바 라포 형성이 완성된 것이다.

미국 정신분석학자 마이클 아이건은 저서 ‘독이든 양분’(toxic nourishment)에서 상식적인 부모의 양육 속에 은밀하고 불가피하게 스며 있는 독성을 지적한다.

양분을 주는 우리 자신도 다양한 독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라포의 그물망으로 해독 순환체계를 만들 수밖에 없다.

newlifecrea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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