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소설가 김탁환과 기획자 이원태가 결성한 창작 집단 ‘원탁’의 세번째 장편소설. 일본과 청나라, 미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까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조선 속 외국, 개화기 인천 조계가 배경이다. 소설은 아편을 둘러싼 거대한 범죄와 이 곳에서 하역인으로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아내는 두 남자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부산 출신 아편쟁이 아들 최장학, 벌교 출신 입담왕 송상현, 고성 출신 주먹 나옹주는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인천으로 향하는 증기선에 오른다. 셋은 동갑내기라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된다. 인천에 도착, 대한 해운의 하역노동을 시작한 셋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청나라 기녀에게 반한 최장학은 노동자 파업과정에서 살인혐의를 받고 사주의 입이 돼 거짓정보를 흘리고 나용주는 아편을 밀수해 부를 증식, 밀수조직 자청방의 우두머리로 성장한다. 동서양이 한데 모여 어울렸던 전무후무한 시절, 아편을 둘러싼 사활을 건 먹고 먹히는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인천 조계 인근의 화동 일대 개화지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종교개혁 이야기(사토 마사루 지음,김소영 옮김, 바다출판사)=사토 마사루. 칼날 같은 사회비판으로 유명한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표 논객이다. 그런 그가 15세기 종교개혁을 들고 나왔다. 정확하게는 종교개혁자 얀 후스의 이야기다. 흔히 종교개혁은 루터와 칼뱅으로 대표되지만 보헤미아(체코) 사제 얀 후스가 먼저다. 얀 후스는 절대 교황권에 대항하며 제대로 된 신앙을 부르짖다가 화형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저자는 신학자들로부터 ‘종교개혁 이전의 종교개혁자’로 불리는 얀 후스의 사상과 투쟁을 되짚어 보며 당대 종교개혁 전후 사정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교회는 세금을 걷고 면죄부를 주고 교황은 세상의 왕노릇을 하고 있었다. 후스는 강단에서 설교단에서 이런 부패한 교회현실을 비판하고 초기그리스도교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다. 저자는 얀 후스의 종교투쟁이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대립만이 아니라 ‘후스전쟁’을 통해 민족이란 개념과 국가관이 생겨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마사루는 왜 후스에 매료됐을까. 그는 오키나와 출신의 어머니를 둔 자신의 핏줄과 오키나와의 위기상황을 15세기 체코의 민족 개념성립 과정과 겹쳐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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