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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바, 고된 청춘 ①] 하청업체 못잖게 힘든 ‘새벽 일’ 내몰리는 대학생들
-주독야경(晝讀夜耕) 세상…새벽 알바비 높아 자연스레 쏠림
-2년새 새벽 알바 공고수 29.6%포인트 증가…낮 시간대 2배
-낮부터 밤까지는 학원ㆍ스터디로 일정 빽빽…“새벽에 일해요”



[헤럴드경제=강문규 ㆍ이원율 기자] #. 서울 광진구에 자취 중인 대학생 강모(26ㆍ남) 씨의 하루는 남들과는 정반대인 자정부터 시작된다. 그는 밤 12시부터 6시간 동안 편의점에서 새벽 알바로 하루를 꼬박 샌다. 그는 알바가 끝나는 이른 아침, 자취방에서 3~4시간의 쪽잠을 청한 후 다시 학원가로 향한다. 2년째 약사 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강 씨는 “낮부터 저녁까지는 학원 강의, 스터디 등 일정으로 정신이 없다”고 말한다. 강 씨가 잠까지 줄이며 새벽 알바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낮에는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을 뿐더러 새벽 시간대 알바 시급이 더 높아 학원비를 조달하기가 더 수월하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의 모두가 잠드는 늦은 밤, 일터로 향하는 ‘새벽형 알바생’이 늘고 있다. 치열해지는 취업 준비와 현실적으로 값비싼 ‘야간 수당’의 유혹이 청춘들을 새벽의 일터로 내몰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에서 하청업체의 을(乙)의 슬픔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알바생들의 현실 또한 못잖게 눈물 겹다. 

치열해지는 취업 준비와 값비싼 ‘추가수당’ 유혹이 청춘들을 새벽 일터로 내몰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알바 구직사이트 알바천국이 4일 공개한 ‘최근 3년간 새벽시간 공고수 증감 추이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 지난해 새벽(자정~오전 7시) 알바 공고수는 2143건으로 2013년(1653건)보다 490건 늘었다. 2년 사이 29.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새벽~오전(자정~오후1시) 알바 공고수도 지난해 8508건으로 2013년(5541건)보다 2967건 많아졌다. 2년 간 53.5%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알바 공고수가 13.3%포인트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새벽 타임’ 알바 자리가 증가하는 속도는 최대 4배 가까이 빠르다.

극심한 취업난에 내몰린 청년들이 시급이 비교적 높은 새벽 시간대 일자리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새벽 알바’의 달콤한 유혹이 스터디와 취업 준비시간로 바쁜 일상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기업을 준비하며 야간 콜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지현(23ㆍ여) 씨는 “낮 시간대에 멘토링으로 알바를 하다 일정이 안맞아 일을 관두고 야간 콜센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낮 시간에는 아무래도 공기업 대비 종합 스터디를 가입하기 편하다”며 “수당이 붙어 수입은 좋아졌지만 아무래도 야간에 하는 일이라 힘이 더 들고 다음날 공부에 큰 지장을 준다”고 했다. 

알바 공고수 연도별 변화.

청년들의 생활형 알바가 늘면서 야간 ‘할증 요금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통상 알바시급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 수당이 붙는다. 일반적으로 본래 시급의 50%가 가산된 야간 수당이 적용된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낮에 일하는 것보다 밤에 일하는 게 수입에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장기간 취업준비로 인해 지갑이 얇아지면서 ‘돈’ 생각이 더 절실해질 수밖에 없는 게 이들의 현실이다.

실제 업체들도 “새벽 알바 구하기가 예전보다 수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마포구에서 5년째 PC방을 운영하는 김모(43) 씨는 “몇년 전엔 새벽 알바 모집 글을 써두면 하루 1~2번 전화가 올까 했는데 요즘은 채용공고 기간이 끝나도 연락이 온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24시간 카페 점장인 이모(39) 씨도 “확실히 과거에 비해선 심야 알바생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업 준비에 투자해야 할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들의 생활비 부담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며 “청년 위주로 새벽 알바 수요가 늘어나는 건 현재 더욱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박명준 연구위원은 “일명 ‘불필요 스펙’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체계적인 지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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