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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고준위방폐물 관련 법제화에 집중할 때다
도처에 사건 사고다. 자식이 다 커도 밖에 나가 있으면 돌아올 때까지 불안하다던 어른들의 걱정은 이제 자식들은 물론 어른 자신의 안위에 대한 두려움으로 확대됐다. 제도적 미비점이나 현대사회의 관행에 대한 질타를 넘어 근원적 성찰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모두 타당한 얘기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더 상황을 보게 된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도 마찬가지다.우리는 집 앞 횡단보도에 고장이 나면 항의하고, 지하철이 덜컹거리면 덜컥 겁을 집어먹게 된다. 그러나 매일 쓰는 전기의 30%를 만드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는 막연한 공포감만 지닌 채 그저 남의 일, 원전지역의 일이거니 치부하고 말기 십상이다.

고준위방폐물은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면 배출되는 부산물이다. 열과 방사능의 수위에 따라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나뉜다. 음식을 먹으면 잔반이, 작은 선물 하나도 포장 쓰레기가 남는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모든 소비는 사후처리를 필요로 한다. 고준위 방폐물은 더하다. 일상은 물론 산업경제 전반에 전기가 안 쓰이는 곳이 없는 터에,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전기 자동차 이용을 활성화한다면서, 그 사후관리에는 무관심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라늄 광산에서 시작된 원자력의 일생은 고준위방폐물인 사용후핵연료가 영구 처분될 때 끝난다. 정부가 이번에 밝힌 기본계획은 이러한 원자력의 일생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보관중인 원전 저장시설이 다 차가는 상황에서 안전하게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집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을 정식 가동한 지 38년만의 일이다. 연구단계까지 고려하면 반세기가 지나서야 나온 정책방향이다. 실질적으로 고준위방폐물에 관한 최초의 관리정책 방향이 이제야 나온 것이다. 진작 마련했어야 할 정책방향이지만, 늦었다고 할 때가 이른 때라는 말도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구체화해야 할 정책이므로, 정부가 밝힌 대로 “안전관리 로드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자력의 경우, 우리의 불안과 불신이 크고 관련 정보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 정부는 국민 수용성 제고와 투명한 정보공개를 약속했다. 그런 만큼 이제 그 약속을 잘 지키는지 지켜보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각계 시민의 관심이 있어야 시민사회단체의 활동도 빛나게 되고, 여론이 집중해야 국회도 정치권도 정부도 움직인다.

정부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게끔 하려면 우선 유관 법제화가 기본이다. 여러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지난 중저준위 부지 선정도 특별법으로 지역지원 등을 명문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대 국회는 탈원전을 주장하는 야당이 다수이긴 하나, 이번 정책은 원전을 하나 더 지을지 말지에 관한 게 아니라 그동안 쓴 부산물을 처리해야 하는 실행과제다.

따라서 그 조속한 법제화로 정책시간표가 잘 작동되게끔 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안전은 당위지만, 때 맞고 적절한 안전관리는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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