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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문창진 차의과학대학교 대학원장] 국민건강권과 옥시사태
대한민국 헌법 36조 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국민건강권 조항이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보면 국민건강권이 보장되고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옥시사태의 경우를 보자. 건강에 도움이 되라고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가 세균이 아닌 인간을 타격했다.

피해자가 속출했음에도 정부의 대응은 늦었다. 많은 인명이 희생된 연후에 보건당국이 조사에 착수했고 역학조사 결과 유해하다는 판정이 났다. 그럼에도 옥시 측은 책임을 회피했고 결국 손해배상소송으로 이어졌다. 가습기의 관리책임을 놓고 정부부처 간에 떠넘기기가 시작됐고 여러 해가 지난 지금 검찰이 팔을 걷어 부치고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단 가습기 살균제뿐만이 아니다.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제품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살충제, 살균제, 방향제, 향수, 각종 스프레이 등이 도처에 널려있다.

이들 제품이 호흡기나 피부에 정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다. 관련 당국이나 제품 판매자도 모르기는 매한가지다. 제대로 된 안전성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이들은 일단 팔고 보자는 심보일 것이다. 안전하다는 문구를 너무나도 쉽게 제품에 표시하고 있다.

만약 명확한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이는 소비자를 속이는 짓이다. 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하므로 엄중 처벌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모든 제품은 공인된 안전성 평가자료 없이는 안전하다는 표현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법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차제에 공산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인체영향 생활제품의 안전성을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의료용 침대와 가습기 증 어느 제품이 더 위험성이 높은가?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의료용 침대보다 가습기가 훨씬 위험성이 높다. 그럼에도 의료용 침대는 의료기기고 가습기는 공산품이다. 의료용 침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전 관리를 하지만 가습기는 안전 관리하는 곳이 없다. 따라서 현재 공산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더라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문제가 예상되는 제품은 안전성 관리대상으로 삼고 책임기관도 정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문제다. 제품의 하자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면 이것은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문제다. 정부가 개입할 필요도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이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단순히 소비자와 공급자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살균제, 살충제, 방 향제와 같이 흡입 가능성이 있는 제품들은 청바지나 신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잘못된 제품을 구입하면 피해를 되돌릴 수도 없고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그때부터 피해자들의 고난이 시작된다. 민형사상의 책임을 따지는데 수년이 걸린다. 정신적인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이는 국민건강권에 관한 사항이므로 정부가 뒷짐 지고 관망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선 정부가 우선 1차적인 구제조치를 하고 그런 다음에 가해자를 상대로 구상권이든 징벌적 손해배상이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신속한 분쟁 조정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옥시사태는 국민건강권이 무너진 큰 사건이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정부를 더 이상 믿지 않을 것이다. 국민건강권 보장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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