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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지’ 단통법, 국회는 이미 알고 있었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국회의원들이 만들고, 또 국회의원들이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단말기유통법의 기구한 운명을 국회가 2년 전 이미 예언했다.

또 일부 야당의 정책통들이 반대하고 있는 ‘보조금 상한선 폐지’가 단통법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게 국회 내 통신 전문가의 해결책이다.

2년전 국회는 이미 단통법 오류 알고 있었다?=국회 입법조사처는 2014년 5월 ‘이동통신 3사 영업정지 조치의 의미와 문제점’이란 보고서에서 정부의 보조금 규제 정책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정윤 입법조사관은 “이용자 차별 해소, 요금인하 및 품질경쟁 유도라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문제, 그리고 27만원이라는 보조금 상한선의 적정성, 그리고 효과없는 규제의 반복 우려가 있다”며 “신규 단말기로 전환하려는 소비자들의 부담만 증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단통법 발효 직전, 정부가 임의로 정한 27만원이라는 보조금 상한선과 이에 따른 통신사 영업정지 조치가, 시장 경쟁을 해치는 ‘반 시장적 조치’였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상한선만 살짝 조정한 채, 규제는 한층 강화한 단통법도 마찬가지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제시한 솔루션도 훌륭하다. 규제에 초점을 맞춘 단통법 대신,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는 정보 제공 창구 마련을 근본 대안으로 제시했다. 통신사업자연합회가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초이스’ 사이트에 각 통신사 대리점별 약정기간에 따른 단말기 가격 정보만 추가해도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관은 “수단의 적정성,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제도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 제도의 존립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단말기 시장과 보조금 문제도 직접 규제보다는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 이용자 관점에서 더욱 바람직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런 우려는 단통법 시행 전부터 학계에서도 이어졌다. 한성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은 미국 및 유럽의 통신시장과 국내 통신시장을 비교한 최근 보고서에서 “1위 사업자 점유율이 50%를 넘는 독과점 시장에서는 소매요금 인하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단통법의 기대 효과로 제시한 요금경쟁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단통법 내 몇몇 조항도 시행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이통사가 대리점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자유롭게 영업이 가능했던 판매점까지 등록, 관리하도록 한 것은 영세 사업자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이동통신사의 불완전 판매 조장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도 없고 대리점주들에게만 족쇄를 채우냐”며 “이는 오히려 이통사의 단말기 유통망 장악을 위한 조처”라고 반발했다.

당시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을 통한 통신 요금인하를 원한다면 차라리 제4, 제5의 사업자 허가를 빨리 내주고, 또 스마트폰 가격은 전파인증 절차를 간소화 해 외국산 저가 단말기의 보급을 확대하면 될 것”이라며 “근본 해결책에는 눈 감은 단통법은 정부 규제 당국의 밥그릇 챙기기로만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는 그래도 ‘단통법 유지해야’=그러나 단통법과 규제의 주체인 정부 마져도 잘못을 인정했지만, 국회만은 여전히 ‘단통법 고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최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통신기기 시장이 다시 정글로 바뀔 것”이라며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의해서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를 둔 건 가계비 절감 차원”이라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원금 상한제를 조기에 폐지하면)우리 국민들은 왜 막대한 통신비를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공짜폰이라는 상술에 휘말려 고액의 통신비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이 공권력으로 알아서 통신비를 인하해줄태니, 통신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지금처럼 정해준 가격에 사서 쓰라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도 거들고 나섰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 폐지 논란‘과 관련해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정책 결정을 강요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고 상임위원은 지난 10일 오전 방통위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를 보내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지원금 상한 제도는 단말기유통법에 근거해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사회적ㆍ정치적 합의가 지켜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방통위원 간 어떠한 논의도 없었으며 공식적인 보고 또한 받은 적 없다“며 ”어제(9일) 언론 보도 후 담당국장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언론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다“고 말했다.

현행 유지 의지도 강조했다. 고 상임위원은 “지원금 상한제도 등 단말기 유통법의 시행에 대한 방통위의 공식 입장은 지난 4월에 발표한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되면서 시장안정화와 가계통신비 인하에 상당부분 기여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 관련 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없다‘로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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