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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다품종 소량생산시대의 주택정책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에 대하여 한동안 시장과 정치권의 논란이 뜨거웠다. 한 쪽에서는 그 정도의 당근으로 기업들이 뛰어들겠느냐는 회의를 보였고, 또 다른 쪽에서는 대기업에게 지나친 특혜가 주어졌다고 볼멘소리도 했다. 또한 그렇게 높은 월세를 내고 임차가구들이 들어오겠느냐는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도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 확실해진 것은 공급자도 소비자도 뉴스테이를 그리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초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 뿐 아니라 지방 중소형 건설사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논란의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뉴스테이가 그동안 국내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하지만 확대 가능성이 큰 새로운 방식의 민간임대주택공급 대안이라는 점이다. 

지난 4월 말 국토부가 내놓은 주거비 경감대책을 면밀히 살펴보면 특별한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반면 이번 대책은 그동안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어느 정도 작동 가능성이 확인된 내용들의 강도를 높이는 수준이다. 내용이 풍부해지고 묵직해진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느낌이다.

공급에만 초점을 맞춰, 실질적인 수요입지와는 상관없는 자리에 공공임대주택을 지던 시기와는 달라졌다. 가능한 수요가 많은 도심 인접 입지에 공급되는 행복주택과 뉴스테이는 과거 물량을 채우기 위해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빌붙어 공급되던 국민임대주택과는 분명히 다르다. 현재 공급되는 행복주택과 뉴스테이의 입지는 대개 시장에서 수요자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는 곳들이 포함됐다. 이는 ‘공급 수월성’ 관점에서 벗어나 ‘수요 맞춤형’ 관점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수요맞춤형이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에 대한 선택이 중요하다. 최근 전개되는 기조를 보면 신혼부부, 취업준비생, 대학생과 같은 청년층의 주거문제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한다. 대학에 있는 사람으로서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참으로 애처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도 베이비부머에 속하는 필자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크게 취업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대학에 들어오기도 힘들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도 취업 걱정에 A+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A 학점 받은 학생이 교수를 찾아오고, 온간 스펙을 쌓기 위해 고생을 하면서도 막상 졸업할 때가 되면 구직난에 졸업을 계속 연기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는 시대이다. 이들에게 무언가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과거에 비해 비중이 커진 청년층에 대한 주거지원대책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이로 인해 일반적인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이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으나 이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그 비중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대량생산의 시대는 가고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어찌 보면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는 품이 많이 가는 시대이다. 과거처럼 멋지게 큰 덩어리 한 건하고 떵떵거릴 수 없다. 다품종 세트를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조정하고, 또 새로운 아이템을 끊임없이 찾고 메꾸어가는 시대다. 우리나라의 주택정책도 이제 그런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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