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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고속버스 미리 타보니…고속도로 달리는 ‘퍼스트클래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우등고속을 이용할 경우 안락한 좌석 이외에 카폰을 이용할 수 있으며 오디오, 비디오 시스템과 음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992년 10월 우등버스가 첫 선을 보이고 1년 뒤에 나온 신문 기사의 한 구절이다. 당시 밤 10시에 서울에서 지방 주요도시로 출발하는 심야우등은 탑승률은 95%에 달했고, 철도청(지금 코레일) 직원들은 직접 우등버스를 타본 뒤 경쟁력 향상 대책을 논의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여객운송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왔던 우등버스가 24년만에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한다. 이번엔 ‘프리미엄 고속버스’다. 개별 좌석을 비행기 비즈니스클래스 이상 수준으로 꾸민 게 핵심이다. 오는 9월 추석 연휴부터 서울~부산, 서울~광주 노선에서 시범 운행한다. 정식 데뷔에 앞서, 14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프리미엄버스 2대를 타봤다. 현대자동차에서 제작한 ‘유니버스’와 기아차의 ‘뉴그랜버드’ 모델이다.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프리미엄 고속버스(‘유니버스’) 외관.

지상의 퍼스트클래스 =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경쟁력은 ‘안락함’이다. 버스 내부는 비행기 객실을 연상시킨다. 각 좌석은 전자동으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좌석 등받이는 최대 75도(현대차 기준)까지 젖힐 수 있다. 기존 우등버스(28석)에서 좌석 7개를 들어내 1인당 할당된 공간을 늘린 덕분이다.

모든 좌석에는 개별 모니터도 설치됐다. 라디오와 TV를 볼 수 있다. TV 화질은 선명하지만, 운행 중 1~2초씩 화면이 멈추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내비게이션 메뉴에선 버스의 현재 위치와 도착지까지 잔여시간을 확인(뉴그랜버드)할 수 있고 자리에서 운전자에게 호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유니버스)도 담겼다. 특히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연동시켜 스마트폰 조작을 큰 화면으로 할 수 있는 ‘미러링’ 기능이 눈길을 끌었다.

기아차가 제작한 프리미엄 고속버스(‘그랜드버드’) 내부. 창밖을 보지 않으면 비행기 기내를 연상시킨다.

모니터 아래에는 간이선반도 마련됐다. 다만 15인치 노트북을 두고 작업을 하기엔 넉넉하지 않은 크기였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승객들에게 좌석에 설치된 USB 충전단자는 유용해 보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시트 1개 세트는 대략 300만원쯤 한다”고 설명했다.

좌석이 비대해지면서 통로의 폭이 50~60cm 수준으로 좁아진 건 숙제로 남게 됐다. 현대차의 유니버스의 통로 폭이 유난히 좁아 몸집이 있는 성인이 지나다니기에 불편함이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범운행 전에 통로 공간을 넓히기 위해 좌석을 이동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긴급히 차내를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에선 자칫 승객들끼리 뒤엉키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보였다.

그랜드버드의 좌석. 팔걸이에 있는 조작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좌석 각도가 조절된다.

언제쯤 고속도로 달릴까 = 국토부는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올해 추석시즌에 선보이기로 업계와 논의를 마쳤다. 9월 12일부터 서울~부산 구간에 12대, 서울~광주 노선에 15대가 투입된다. 국토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시범운행 결과를 검토한 뒤 내년부터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존의 일반ㆍ우등버스를 대체하지 않고 노선에 추가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고속버스 이용요금은 기존 우등고속의 1.3배로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부산은 4만4400원, 서울~광주 노선은 3만39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이 구간을 잇는 KTX 요금은 각각 5만9800원, 4만7100원(일반실 기준)이다.

이날 직접 시승한 최정호 국토부 제2차관은 “KTX와 항공기 등 다른 교통수단과 경쟁하며 전체적인 고객서비스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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