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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단체방 사건으로 본 비뚤어진 대학가 저질 카톡
-SNS 속에선 오늘도 폄하ㆍ희롱ㆍ훌리건 난무해

-카톡 폐쇄성에 성숙한 성의식 부재가 원인 지목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최근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여동기들을 성희롱ㆍ언어 성폭력한 사건이 피해자 측의 대자보를 통해 드러나면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SNS 범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함께 수업을 듣던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여학우ㆍ여후배들에게 성희롱했다는 내용의 고발 대자보가 지난 13일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붙었다. 대자보에 따르면 가해학생들은 “아 진짜 새따(새내기 ○○○)는 해야 되는데”, “그래서 했어?” 등 카카오톡 방 내에서 공공연히 여자 동기들과 새내기들을 성적 대상화했다. 단순 성희롱에서 나아가 ‘상대를 성폭행해라’라고 하는 식의 성폭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의 성범죄가 난무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국민대학교 학과 소모임 단체대화방에서 가해학생들은 여학우의 실명과 사진을 거론하며 ‘가슴은 D컵이지만 얼굴이 별로다’ ‘○○대학교 갈 바에는 우리 가게 와서 몸 팔아라’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가해학생들은 지난 15일 ‘가해자 일동’의 이름으로 사과 대자보를 게시하고 “우리는 언어 성폭력에 관련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 형사처벌을 포함한 징계 역시 달게 받겠다”며 “그러한 언행의 문제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희화화했다. ‘설마 걸리겠어’라는 생각으로 (동기와 후배들을 상대로) 성적 대상화와 음담패설을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대 사건에 앞서 지난 2014년 국민대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32명이 속한 학과 소모임 단체대화방에서 가해학생들은 여학우의 실명과 사진을 거론하며 ‘가슴은 D컵이지만 얼굴이 별로다’, ‘○○대학교 갈 바에는 우리 가게 와서 몸 팔아라’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당시 학교 측은 가해자들을 엄벌하겠다고 밝혔지만 최종 징계 처분이 나오기도 전에 가해자들은 졸업했다.

최근 고려대학교에서 발생한 단체대화방 언어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지난 15일 가해학생들이 관련 혐의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사과 대자보를 붙였다.

SNS에선 타인에 대한 희롱과 폄하만 오고가지 않는다. 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인 대학 입시철이 다가오면 디씨인사이드ㆍ수만휘ㆍ오르비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각 대학들을 근거 없는 얘기로 비난하거나 비꼬는 일명 ‘훌리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본인들의 학교에 유리한 자료들만 게시해 ‘다른 학교보다 더 낫다’고 하거나 입학 수능성적을 조작해 잘못된 정보를 수험생들에게 전하기도 한다. 얼굴이 보이지 않고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탓에 훌리건들의 이런 과격한 행동은 근절되지 않고 매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체대화방 특유의 ‘폐쇄성’과 대학생들의 ‘성숙한 성(性)의식’ 부재를 지적한다. 김석호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SNS와 달리 카카오톡은 특정 관계를 기반으로 폐쇄적인 대화가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에 은밀한 성범죄가 발생한 것”이라며 “많은 학생들이 성숙한 성의식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성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있는 성인이 되면서 별 생각 없이 성희롱과 언어성폭력을 일삼았다고 볼 수 있다”고 일련의 사안을 진단했다. 이어 김 교수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성교육을 포함한 제대로된 시민 교육을 받아야만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는 걸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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