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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세계 난민의 날 ①] 고통 받는 난민들, ‘코리안 드림’ 계속 노크하지만…
-국내선 1994년부터 2015년까지 576명 난민 인정…인정률 7.2%

-미얀마 출신 185명으로 가장 많아…파키스탄ㆍ방글라데시 순

-지난해 아시아 두번째로 재정착 난민 제도 시행, “획기적 전기” 평가

-반면 IS 등 세계 테러 위협 등으로 난민에 대한 부정적 시선 여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난민의 날은 지난 2000년 국제연합(UN)이 고통받고 차별받는 난민들을 돕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이 날을 앞두고 각국의 유명인사들과 주요 시민단체들은 난민에 대한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특히 오는 8월 개최되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10명의 난민 선수로 구성된 난민 대표팀(Refugee team)의 사상 첫 출전이 예정돼 있어 더욱 뜻깊은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수영으로 에게해를 건너 유명해진 시리아 소녀 유스라 마디니(18)을 비롯해 시리아 2명ㆍ콩고민주공화국 2명ㆍ에티오피아 1명ㆍ남수단 5명으로 구성된 난민 대표팀은 개막식에서 개최국 브라질 바로 앞에서 오륜기를 들고 입장할 예정이다.

유럽 북아일랜드의 한 유치원에서 난민을 환영하는 의미를 담은 편지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하지만 난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전세계인을 충격에 빠뜨린 지난해 11월의 파리 테러와 올해 3월 브뤼셀 테러는 이러한 의심에 불을 붙였다. 테러범 중 일부가 난민으로 위장해 유렵에 들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동안 난민에 우호적이었던 독일 메르켈 총리는 ‘역풍’을 맞았다. 다른 많은 유럽인들도 이들에게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법무부가 최근 발간한 ‘2015년 출입국ㆍ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994년 국내에서 난민 통계가 시작된 이후부터 2015년까지 난민으로 인정된 외국인은 총 576명이다. 심사 종료자 대비 인정자를 비교한 난민 인정률은 7.2%로 집계됐다.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는 난민팀 선수들의 모습. [사진=유엔난민기구]

국적별로 보면 미얀마가 185명으로 가장 많았고, 파키스탄(41명)과 방글라데시(89명) 등 동남아시아 출신 비중이 높았다. 내전 등을 겪고 있는 에디오피아는 76명, 아프가니스탄은 13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사유별로 살펴보면 정치적 이유가 198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가족결합(184명), 인종(96명), 종교(72명)가 뒤를 이었다. 난민 신청자 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0년까지 매년 400~500명에 불과했던 난민 신청자는 2011년 첫 1000명을 넘어선 이후 지난해에는 5711명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이 같은 난민신청 급증 원인으로는 최근 악화된 국제 정세가 1차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법무부 등 당국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 기간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난민 신청을 하거나 그밖에 신청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막무가내로 신청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의 ‘반(反) 난민 정서’도 비교적 뚜렷하다. 난민 관련 기사에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들다”, “난민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누가 잠재적 테러리스트일지 모른다”는 댓글이 누리꾼에게 많은 공감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난민 지위로 거주 중인 라이베리아 출신의 B씨는 올 2월 다른 외국인들과 공모해 한국 남성을 상대로 인질사기극을 벌여 실형을 받는 등 난민이나 불법체류자들의 범죄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재정착 난민으로 선정된 미얀마 난민 쿠 뚜(43ㆍ사진 가장 왼쪽) 씨 가족 8명이 지난해 태국 메라 캠프에서 법무부 난민 심사팀 직원 등과 찍은 사진. [사진=법무부 제공]

한편 작년 말부터 국내에서 본격 시행된 ‘재정착 난민제도’가 난민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재정착 난민제도는 한국행을 희망하는 난민들을 현지에서 심사해 국내로 데려오는 제도다. 기존의 ‘들어온 사람에 대한 심사’에서 ‘직접 찾아가 데려오는’ 적극적인 방식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나 미국 전 국무장관 울브라이트 등도 난민이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첫 재정착 난민으로 인정된 행운의 주인공은 미얀마 출신 네 가족(총 22명)이다. 이들은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의 소수민족 탄압정책을 피해 태국 딱주(州)의 메라 난민캠프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네 가족은 면접에서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아이들 교육을 잘 시키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한류 드라마를 자주 시청하는 등 한국 문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법무부는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우리와 비교적 비슷해 상대적으로 국내 정착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정착 난민은 법적으로 난민지위를 얻고 거주자격(F-2) 비자로 체류하게 된다. 여기에 한국어ㆍ한국문화ㆍ취업 교육 등의 지원을 받는다.

정부는 앞으로 2017년까지 재정착 난민이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지 모니터링한 뒤 사업 확대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정착 난민이 한국에서 코리안드림을 실현해 난민 출신이었던 과학자 아인슈타인이나 미국 전 국무장관 매들린 울브라이트처럼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웅조 국회 입법조사관(정치학 박사)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부응해 난민인정률 제고와 같은 난민 포용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되, 우리나라에 미칠수 있는 파급효과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부정적 효과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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