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상 최악의 M&A? 비자금 조성 포석?…중국 홈쇼핑 인수 미스테리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1900억원을 들여 산 회사가 5년여만에 1600억원의 적자를 떠안겼다면 이를 뭐라 봐야할까.

사상 최악의 M&A(인수 합병), 혹은 사기극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이 거래가 최근 검찰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자금 조성 창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홈쇼핑이 지난 2010년 인수한 중국 홈쇼핑 업체 럭키파이에 관한 일이다.

당시 롯데는 상하이와 충칭 등 중국 내 6개 지역의 홈쇼핑 방송 면허를 확보한 중국 내 3위 홈쇼핑 업체 럭키파이를 19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순 자산가치는 700억여원 상당으로 산정됐지만, 롯데는 300여곳에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럭키파이의 영업권을 1200억여원으로 인정해 1900원이란 가격을 치렀다. 2010년은 롯데가 중국에서의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던 때였다. 이 같은 시기에 중국 내 3위 업체를 인수했다는 호재는 롯데홈쇼핑의 글로벌 시장 도약에 관한 청사진을 쓰게 했다.

지난 10일 검찰 수사관들이 롯데홈쇼핑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그러나 5년여만에 럭키파이는 사상 최악의 M&A로 전락했다. 롯데가 럭키파이의 지분을 91%나 확보했지만, 홈쇼핑사 경영도 롯데가 하지 못하고 중국 경영진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럭키파이의 실체도 문제였다. 상하이 등 중국 내 부촌을 중심으로 300여곳에 방송을 내보낸다는 럭키파이는 실제 홈쇼핑업을 운영하는 회사가 아닌, 중국 각 지역 홈쇼핑사의 지분 일부를 보유한 투자회사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영기업이 많고, 관료들의 입김이 센 중국의 특성상 럭키파이가 지분을 보유한 홈쇼핑사에서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도 분명치 않은 일. 롯데는 이 같은 회사에 돈을 대주는 역할만 한 셈이다. 럭키파이는 롯데에 인수된지 5년여만에 1600억원 넘는 손실을 내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이쯤되면 사상 최악의 M&A보다 사기극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검찰의 시선이 가면서 최근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

검찰은 거액을 쏟아붓고 손실만 본 럭키파이 인수를 비자금 조성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럭키파이에 쥐어줬다는 필요 이상의 거액 중 일부가 오너 일가의 비자금으로 둔갑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 같은 정황을 의심하는 배경에는 럭키파이 인수 과정에 페이퍼컴퍼니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맨 군도에 설립한 ‘롯데홈쇼핑코’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럭키파이 지분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이 페이퍼컴퍼니에 1900억원을 보냈다. 롯데쇼핑의 68개 종속회사 중 조세회피지역에 설립된 회사는 롯데홈쇼핑코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