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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 그들의 주소는 어디? ①] 한국판 ‘터미널’…인권은 없다
-세계 난민의 날(20일) 맞아 난민들의 현재 상황 화두로 올라

-공항 내 난민 신청자 중 반려자 수 2년만에 10배 가까이 증가

-송환대기실 내 숙식ㆍ의료ㆍ법률 지원 열악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평소 지병이 있던 A 씨는 송환대기실에서 지낸 이후 약을 먹거나 의사로부터 제대로된 진료 한번 받지 못했다. 출입국관리소와 항공사가 A 씨의 신병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며 시간만 지나갔기 때문이다. 통증에 B 씨는 매일 병원에 데려가 달라며 울며 부탁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병이 악화돼 한계에 치닫자 그제서야 항공사 측은 A 씨를 휠체어에 태워 공항 내 병원으로 데려갔다.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 빅터 나보스키(주연 톰 행크스)는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발이 묶여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뉴욕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여행 도중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일시적으로 ‘유령국가’가 되며 난민이 됐기 때문. 공항에 여장을 푼 빅터는 나름의 생활법을 터득하며 편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여승무원과 로맨스까지 키워나간다.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송환대기실 정문 모습. [출처=법무부 정책블로그]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현실 속 난민들에겐 꿈 속에서도 보기 힘든 상황이다. 태어나 살아오던 땅을 떠나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외국인들은 발을 딛고 서 있는 한국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숙식 문제를 비롯해 기본적인 위생까지 보장받지 못하며 추방될 날 만을 기다리는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가 세계 난민의 날(20일)을 맞아 최근 발간한 ‘2016년도 공항에서의 난민신청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출입국 공항에서 난민 신청 후 ‘불회부(불가)’ 방침을 받은 사람의 수는 2013년(7월 1일 이후) 11명에서 2014년 89명, 2015년 113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인천국제공항 난민신청대기실 앞의 모습. [출처=공익법센터 어필]

불회부 난민들은 인천공항항공사운영협의회(AOC)가 운영하는 송환대기실에 갇혀 생활 중이다. 지난 17일 현재 이곳에서는 시리아 난민 28명 등 총 195명의 외국인들이 생활 중이다.

문제는 송환대기실 내 외국인에 대한 기본적인 생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난민기구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제대로된 한끼 식사라 할 수 없는 빵 한 조각이나 과자, 콜라 등이 제공됐고, 할랄(Halal) 음식 등 개인의 관습이나 생활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식사 및 질병을 고려하지 않은 식단이 제공돼 난민들의 건강 관리에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의료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병이 있는 난민 신청자에게 의사 치료비 및 약제 처방 비용을 부담시키기도 했다. 기본적인 세면도구 및 위생 시설의 부재 등 불결한 위생 상태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도 조사됐다.

여성과 아동 등 약자들이 겪는 고충은 더 심했다. 임신과 성적 학대에 대해 설명할 경우에도 모두 남성 면접관과 면담했고, 가족 단위 난민 신청자나 임산부, 아동들을 위한 시설은 전무하단게 유엔난민기구의 지적이다.

인권 단체 관계자는 “현행 난민법ㆍ출입국괄이법 상 송환대기실 내 외국인에 대한 관리 책임을 정부가 아닌 해당 외국인이 이용해 입국한 민간 항공사에 지우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AOC와 계약을 맺은 외주용역업체에 의해 관리되다보니 식사나 잠자리가 부실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국내 사정에 비해 유럽과 북미 국가들의 경우 난민 신청자를 수개월간 송환대기실에 묶어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낼 동안 숙식ㆍ의료 지원을 철저히 해 인권을 보장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이성호 위원장은 “인권위는 송환대기실 운영 상황 및 처우 등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사람답게 살기 위한 희망으로 본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난민 처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고 이들을 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더욱 절실한 시기”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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