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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허허” “까르르”…발레는 꼭 우아해야 하나요?
우아한 발레를 예상하고 갔다가 반전 매력으로 다가온 공연이 있었다. 국립발레단이 2015년에 초연한 드라마 발레의 거장 존 크랑코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2010년에 내한한 영국의 천재 안무가 매튜 본의 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다. 아름다운 여주인공이 운명의 실타래에 얽혀 죽음을 면치 못하는 전형적인 비극 발레와 180도 다른 두 공연은 발레가 가지는 선입견을 깨뜨리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의 동명희곡을 바탕으로 한 희극발레다. 심리묘사에 탁월한 안무가 존 크랑코는 무용과 연기가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우악스러운 행동을 일삼는 왈가닥 카타리나를 현모양처로 길들이려는 페트루키오의 공방전이 펼쳐진다. 페트루키오에게 잡히기 싫어 발버둥치는 카타리나의 모습에 웃음이 빵 터진다. 곱게 포인트(point)된 발끝 대신 한껏 짜증이 섞인 플렉스(flex)로 심리를 대변하는 동작에 관객의 어깨는 들썩거린다.

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은 ‘있는 그대로’ 대중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겠다는 취지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보였다. 80% 판매율로 시작한 공연은 소문을 타면서 95%까지 치솟았다. 당시 공연장 분위기는 묘했는데, 그동안 비극 발레에 익숙했던 관객이 초반엔 웃음을 참는가 싶더니 이내 폭죽처럼 웃음이 터졌다. 아저씨의 ‘허허’ 웃음과 어린이의 ‘까르르’ 웃음이 뒤섞이며 남녀노소가 한 마음이 되는 신세계를 열었다.

클래식발레의 대명사라 불리는 ‘백조의 호수’를 완벽하게 뒤튼 매튜 본의 동명 작품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가녀린 여성 백조가 아니라 불끈거리는 근육질의 남성 백조가 주인공으로 세워졌다. 사랑을 갈구하는 유약한 왕자와 그가 갖지 못한 강인한 힘과 자유를 상징하는 환상적 존재인 백조 사이에 펼쳐지는 심리 드라마다. 왕자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왕자와 백조의 동성애 코드 등 원작을 철저히 비튼 해석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백미는 남성 백조의 군무였다. 상체를 드러낸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장내를 채웠다.

‘백조의 호수’는 2003년 국내 초연한 후 흥행에 성공해 2010년까지 세 차례 재공연됐다. 올해 매튜 본은 또 하나의 파격적인 신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한국을 찾는다. 역시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클래식발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100년 동안 깊은 잠에 빠진 미녀를 구하기 위해 뱀파이어가 된 청년의 이야기는 발레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마저 끌어당긴다. 6년 전 깊은 인상을 남긴 매튜 본의 마법이 다시 통할 수 있을까.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23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의 배꼽 사냥에 나서고, 댄스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22일부터 7월 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우아한 드레스를 벗은 발레의 변신이 궁금하다면 초여름 밤 공연장 나들이를 권한다.

[뉴스컬처=송현지 기자, 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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