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걷고 싶은 서울을 만들자
얼마 전에 외국인 친구가 서울에 왔다. 팔팔하던 때에 만난 후 중늙은이가 되어 다시 만난 것이다. 88 올림픽을 취재하러 왔었으니 30년여년 만에 해우를 한 셈이다. 묵혔던 얘기도 나누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들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느닷없이 서울의 밤거리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홍대입구, 압구정동, 북촌과 안국동을 둘이서 돌아다녔다. 사람들도 보고 가게에 들려 주전부리도 하는 등 4-5시간을 보냈다. 재미있고 신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지만 볼썽사나운 모습도 피할 수 없었다. ‘서울 투어’가 끝난 후 은퇴한 이 미국 기자 친구는 ‘서울이 뉴욕만큼 큰데 치안은 콜롬비아(미주리주에 있는 작은 도시)같이 평안하다’고 평했다. 

서울이 살기 좋은 메가시티라고 평가 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밤거리가 조금은 어수선했지만 민생치안은 안정된 듯 보였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그 다음은 대중교통 수단 특히 지하철은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어 세계 수준이란다. 다음에 지적하는 것이 화장실이 청결하다는 것이다. 큰 빌딩속의 화장실이었지만 개방된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해 놓은 곳은 서울이 유일할 것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차를 즐기는 것은 그만큼 환경이 좋다는 반증이 아니냐고 거듭 서울의 밤을 칭찬했다.

그의 아버지는 6.25때 참전했던 사람이다. 아직도 논에 비료대신 인분을 뿌리느냐. 뙤약볕이 쨍쨍내려 쬐는 장마당에서 고기를 파느냐 신문지 깔고 길바닥에서 애들이 대변을 보느냐 는 등 한국을 원시사회쯤으로 보던 분이다. 아들의 이번 여행담으로 중서부의 보수적인 노인의 한국에 대한 인상이 바뀌길 바라면서 인천 공항에서 그와 기약없이 이별을 했다.

그의 말대로 서울을 세계 어디와 견주어도 살만한 대도시이다. 비록 OCECD가 발표한 나은 삶의 순위 38개국 중 26에 랭크되고 UN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 10점 만점에 5.984로 158개국 중 47위를 했어도 일상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이 민생치안이 안정되어 있는 점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안전에 위협을 주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20대 여성이 시내 한복판 공중화장실에서 피살되는가 하면 수락산, 사패산 새벽 등산길에 나섰던 중년 여성이 강도 살인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지하철에는 대낮에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이 히쭉거리며 돌아다니는가 하면 보복, 난폭운전, 노상에서의 몸싸움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시내 다니는 것이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총기 소지가 엄격한 우리의 경우 올란도 총기 난사나 파리 테러같은 사건이 일어 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이다. 믿고 싶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편안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경찰등 공권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리에 나온 모든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는 일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모여 거리의 모습을 만들어 진다. 또 이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