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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HD TV 미리 구입한 소비자셋톱박스 추가 비용은 어떻게?
다음달 UHD 방송 국가표준 확정
튜너 내장 셋탑박스 있어야 시청



우리나라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의 국가 표준으로 미국식(ATSC 3.0)방식이 유력해지면서 국내에서 이미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내년 본방송을 시청하는 데 필요한 셋톱박스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정부와 TV 제조사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10월 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지상파 UHD 잠정 표준으로 정한 유럽식(DVB-T2)과 다음주 29일 TTA에서 채택되는 정식 민간 표준을 비교ㆍ검토해 내달 중순께 국가 표준을 확정고시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식이 UHD 국가표준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잠정 표준 기술로 유럽식이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오래된 기술이고 국내 디지털 방송이 미국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식은 또 유럽식과 달리 인터넷프로토콜(IP)을 지원해 양방향 서비스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 보급된 UHD TV에는 모두 유럽식 표준이 적용돼 있다.

이는 지난 2014년 지상파 방송사들이 700㎒ 대역 주파수 선점 차원에서 2009년에 제정된 유럽식을 채택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민간표준제정을 서두른 탓이 크다.

TV 제조업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삼성과 LG의 UHD TV는 70만~8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말이면 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그러나 미국식 표준이 최종 표준으로 확정되면 2014년 이후 출시된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별도의 튜너가 내장된 셋톱박스를 꽂아야 내년 2월 UHD 본방송을 볼 수 있다.

정부와 제조사 모두 대외적으로는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에 맞춰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셋톱박스 제작과 보급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표준 변경 책임 ▷형평성 등을 들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유럽식에서 미국식으로 표준이 바뀌는 것인 데 제조사가 천문학적 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말들도 나온다.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제조업체들은 놔 두고 국내 업체들에만 비용 부담을 지우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제조사 일각에서는 과거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 때 처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잠정표준은 민간표준으로 국가표준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UHD 방송은 새로운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것으로 디지털 ‘전환’과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오히려 제조사들이 과거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 시험방송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셋톱박스인 ‘동글’을 무료로 제공한 사례를 들고 있다. 삼성과 LG는 지상파 UHD 시험방송에 맞춰 2015년초 DVB-T2 수신칩셋이 내장된 UHD TV를 팔았다. 그러면서 2014년 이후에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들도 시험방송을 볼 수 있도록 ‘동글’을 무료로 제공했던 적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시험방송 때 소비자들에게 셋톱박스를 무료로 제공했던 제조사들이 지금에 와서 딴소리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ㆍLG 관계자들은 “당시 시험방송은 관악산 등 서울 일부 지역에 한해서 이뤄졌고 UHD TV 시장도 초기여서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기술 개발 논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국가 표준 변경이 아니더라도 신기술 개발 차원에서 UHD TV를 보급했는 데 기업이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제조사측 주장에,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제조사들이 2014년 이전에 판 것은 튜너 없는 수상기로 UHD TV가 아니라 UHD 디스플레이다. 화소 수가 증가된 것을 갖고 UHD TV라고 광고한 것은 신기술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상현 기자/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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