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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업에 뿌리 둔 음식의 꽃, 전통주를 위하여
얼마 전 수원과 서울 연남동에 소규모 탁ㆍ약주 제조업체(일명 하우스 막걸리)가 문을 열어 ‘현대판 주막’의 탄생을 알렸다. 이곳에서는 효모가 살아있는 바로 만든 생 막걸리와 전통주를 가장 맛 좋을 때 즐길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탁주ㆍ약주ㆍ청주에 대한 소규모 제조면허가 신설되면서 생긴 기분 좋은 변화이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직접 제조해 파는 하우스 막걸리는 불법이었다. 작은 식당에 공장수준의 설비를 갖추고 면허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함께 노력한 결과, 지난 3월부터 음식점에서도 하우스 막걸리, 약주 등의 제조ㆍ판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필자는 90년대 초반부터 전통주 연구를 위해 전국의 술도가를 찾아다니면서, 우리의 전통주들이 일제강점기와 전쟁 후 세원관리 및 징세편의를 위해 생겨난 수많은 규제로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全)과정에 걸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전통주의 산업적 발전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야한다고 판단하고 지난 20여 년간 전통주 제조 및 판매 면허 요건 완화, 주세 감면 등을 추진해왔다. 장관이 된 이후에도 전통주의 통신판매 범위 확대, 용기ㆍ포장비용의 과세표준 제외 등 오랫동안 현장에서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주정의 독과점 공급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그동안의 규제완화를 통해 양적으로 늘어난 전통주의 품질을 개선하여 문화상품으로 키우는 일도 중요한 과제이다. 국내 고급 주류시장의 대부분은 와인, 사케, 위스키 등 수입주류가 차지하고 있는 반면, 국산 주류는 희석식 소주, 맥주 등으로 대표되는 저가 제품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전통주가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수입 주류와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서는 결국 고급화와 차별화라는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통주는 우리 농산물과 대대로 전해오는 손맛으로 생산하는 소중한 전통음식이다.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 나감과 동시에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과 연구개발을 통해 다양한 고급주류를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찾아가는 양조장’을 확대하고 전통식품 명인과 연계하여 음식 체험ㆍ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 한편, ‘전통주 갤러리’와 ‘한식문화관’ 등을 통해 전통주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시장 수요변화에 대응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술 품질인증제’를 운영하고 전통주 수출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전통 제조방법을 지키면서도 세련된 포장과디자인을 적용하는 전통주가 늘어나고 있고, 칵테일과 같은 다양한 음용법을 개발하는 등 감각적인 전통주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 주점도 늘고, 외국인 동호회 활동 소식도 들린다.

바야흐로 주류산업 분야에서도 6차산업화의 씨앗이 움트고 있는 것이다. 술은 음식문화의 꽃이고 농업은 그 뿌리라는 말처럼 전통주에 고급문화와 스토리를 접목해서 우리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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