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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영남권 신공항 갈등, 반성과 치유가 필요하다
먼 길을 돌아온 영남권의 신공항 후보지 결정. 기대감에 부풀었던 해당지역의 실망감은 클 것이다. 작년 1월 영남권역의 5개 지자체장들이 후보지결정에 승복하기로 합의할 때만해도 신공항은 두 후보지가 유력한 대안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난 정부의 백지화결정에 대한 반전의 기회였기에 밀양도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의 확충은 그래서 의외의 결과일 것이다.

사실 이 지역에서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당시 김포공항의 수용력이 한계에 다다르며 영종도에 새로운 인천공항의 건설이 시작되었지만 영남권의 신공항건설은 타당성이 없어 논의에 그치고 말았다. 한동안 잊혀져있던 신공항의 필요성이 2002년 김해공항의 중국의 민항기사고를 계기로 다시 제기되어 그해 대선공약이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5년 전과 똑같은 결론을 놓고 해당지역의 여론은 여전히 뜨겁다. 수십 년간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신공항의 꿈은 왜 접어야 하는가. 상전벽해만큼 국가의 교통인프라와 운송체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간선도로망의 구축, 전국을 고속으로 연결하는 KTX의 등장은 대체수단이었던 국내항공노선의 존립기반을 약화시켰다. 지금 영남과 호남을 지나는 구간에 위치한 지방공항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철도와 고속도로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국내공항들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두 지역이 사생결단식의 유치경쟁을 벌이는 동안 항공업계와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건설을 위해 지역에 풀리는 돈이 가져다 줄 경제적 효과에 비해 역기능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조용히 관전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현재 인천공항의 국제선과 김포공항의 국내선 운영을 위해 두 곳에 베이스를 운영하는 항공사들로서는 제3의 베이스를 또 차려야 했기 때문이다. 항공정책의 입장에서는 적자에 허덕이는 영남권역의 사천, 대구, 울산, 포항공항의 존치여부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없었지만 이것 역시 해법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는 후보지별 타당성 평가를 위해 외국의 용역기관을 불러들였다. 결과는 5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수용력의 한계로 신공항건설과 기존공항의 확충을 놓고 타당성을 검토한 해외의 공항들이 반면교사다. 일본의 후쿠오카공항, 영국의 히드로공항도 신공항건설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결국 기존공항의 확충으로 결정된 사례들이다.

발표된 김해공항의 확충방안에는 새로운 활주로뿐 아니라 국제선터미널의 건설을 포함하고 있어 공항을 개조하는 수준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그래서 이를 새로운 개념의 ‘김해 신공항’으로 표현했다. 영남권 신공항. 이제 결정은 났다. 지금은 신공항을 정치논리로 이끌면서 반목과 갈등을 키워놓은 정치인그룹과 여론주도그룹의 반성, 편협한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영남지역의 화합을 위한 정치인의 지도력이 절실한 때다. 지역민들을 위한 봉사의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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