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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정보혁명과 에너지혁명-문재도 서울대공대 객원교수(前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1980년에 ‘제3의 물결’을 발간하여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한 정보화 사회를 예견했던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87세를 일기로 자택에서 영면했다 한다. 미래학자로서 살아생전에 예측하였던 세상이 실현되는 것을 보고 세상을 떴으니 통찰력이 있는 행복한 학자라고 느껴진다.

그는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발달과 융합으로 정보전달이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고, 한 방향에서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지는 프로슈머 사회가 도래하며, 이에 따라 인간의 생활도 사무실근무에서 재택근무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문재도 서울대공대 객원교수(前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초기에 정보혁명을 예견했을 때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화가 회선망의 제약 때문에 공급이 제한되어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니 일반인들에게는 사치품이었고, 컴퓨터라 해야 전국적으로 몇 대 없는 시대였으니 언감생시 꿈도 꾸기 어려운 시대였다. 더구나, 당시에는 남북대치의 냉전 구도 하에서 정보하면 일반인들에게는 넘보기 어려운 분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전화교환기가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뀌면서 누구나 전화를 손쉽게 이용하게 되고, 큰 기관의 전유물이었던 컴퓨터는 개인들에게 워크스테이션이 보급되면서 아날로그 사회가 디지털 사회로 급속히 전환되었다. ‘www 웹’이 보급되면서 대용량의 데이터 쌍방통신이 가능해졌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정보화 사회가 완성되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토니 세바나 제레미 리프킨 같은 학자들이 미래 에너지혁명을 주창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에너지생산의 한계비용이 영이 되는 초에너지 효율사회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완전히 대체될 것이라 한다. 그 근거로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정보통신, 전지기술의 발달로 에너지 한 단위를 추가로 이용하는 한계비용이 영이 되고 (여기서 우리는 에너지 평균비용이 영이 아님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평균비용이 영이 되는 사회는 우리가 에너지를 공기처럼 그냥 공짜로 쓸 수 있는 사회가 되는 데 이것은 불가능하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사람이 소비자도 되는 프로슈머가 보편화된다는 것이다. 이러면 소비자가 에너지를 쓰는 기기, 예를 들면 전기자동차의 충전기를 서로 공유하는 공유사회가 일반화되며, 대규모 에너지생산 공급회사인 한전과 같은 전력회사는 소멸하고 에너지 프로슈머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회사가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리라는 전망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가 2030년경이면 에너지혁명을 선도하는 유럽의 몇 개국에서 현실화될 것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변화에 뒤처지지 말라고 경고한다.

엘빈 토플러가 예견한 정보혁명의 논리적 근간이 에너지혁명의 논리와 너무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현재 신재생에너지 기술발달과 정보통신의 융합을 고려하면 머지않은 장래에 이러한 시대가 올 것이란 느낌이 든다. 특히 범지구적 기후변화를 생각하면 에너지 분야의 기술 혁신이 없이는 대응 방안을 찾기도 어렵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규제 중심의 ‘쿄토체제’가 성공하지 못하고 ‘파리 신기후체제’로 이행되었고, 이 체제의 성공 여부가 기술혁신과 민간의 투자를 이끌 신사업모델의 개발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에너지는 통신과 다른 측면도 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였는데 단 1분의 정전이라도 발생하면 그 기술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만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에너지시장은 신속함을 중시하는 통신시장과는 달라 그만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도 보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구글이나 애플, 테슬러같은 회사, 산업혁신 4.0을 선도하는 GE나 지맨스 같은 회사가 에너지분야를 강화하는 추세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도 에너지 신산업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 정보혁명이 냉전시대의 종식과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세계경제의 부흥을 가져왔듯이, 미래 에너지혁명이 기후변화에 대한 범지구적의 대응 노력을 타고 인간의 생활을 바꾸고 세계경제의 부활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는 에너지자원을 많이 보유한 국가가 아니라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해법을 많이 보유한 국가가 승자가 될 것이고 이러한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과거 정보통신 분야의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했듯이 변화의 시대가 우리에게는 기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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