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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올 여름 미스터리 소설의 승자는 누구?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휴가철을 앞두고 추리 스릴러물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올해는 영미권과 유럽, 일본 등 각국의 신인급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다양한 직업을 거친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성이 녹아든 오싹한 이야기로 시원한 여름을 선사한다. 살인과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추리소설의 재미는 역시 인상적인 탐정과 형사들의 활약. 올 여름 미스터리 소설의 승자는 누구일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작가는 생애 첫 탐정 추리소설 시리즈로 독자들을 찾아온 밀리언셀러 작가 스티븐 킹. ‘미저리’의 작가다운 저력을 보여주는 ‘파인더스 키퍼스’는 영국추리작가협회 2016년 수상후보에 올라있다.

파인더스 키퍼스/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

파인더스 키퍼스는 ‘찾은자가 주인’이란 뜻. 살해된 천재작가의 사라진 육필원고를 둘러싼 범죄 미스터리로 1987년작 ‘미저리’를 연상시킨다. 작가 로스스타인은 18년간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채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칩거중인 시골집에서 쓴 소설과 시를 담은 공책 150권을 그는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삼인조 강도가 침입, 로스스타인을 살해하고 금고에서 미발표 원고를 훔쳐 달아난다. 강도 셋 중 둘은 돈이 목적이지만 모리스는 작가의 원고에 눈독을 들인다. 노작가의 전작에 불만을 품은 모리스의 잔인한 살인행각이 이어지고, 30여년이 흘러 어느날 한 소년이 우연히 돈과 공책이 든 트렁크를 발견하면서 로스스타인의 오랜 작업이 세상에 드러난다. 그러나 행운의 소년에게 끔찍한 위기가 찾아온다. 범행시점과 소년의 현재시점이 교차되면서 이야기를 엮어내는 작가의 능란한 솜씨와 금융위기 당시 실직과 파산에 몰린 피폐한 서민들의 삶을 그려낸게 인상적이다. 

타인의 외피/앨런 에스킨스 지음, 강동혁 옮김/들녘

로즈버드 어워드 ‘최우수 미스터리 데뷔작’을 수상한 ‘우리가 묻어버린 것들’의 작가 앨런 에스킨스의 ‘타인의 외피’는 한 밤중 자동차사고로 시작된다. 고요한 밤거리를 달리던 렉서스 자동차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맞은편에 오던 포르쉐를 정면으로 들이받는다. 포르쉐 운전자 제임스 퍼트넘은 마지막 숨이 끊기기 전, “그걸 찾아야…놈들이…그 여자를 찾기 전에.”라는 말을 남긴다.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소송을 걸어 한몫 챙기려고 피해자 유족을 부추기던 변호사 도깃은 사망자의 형으로부터 자신의 동생이 아니며, 진짜 제임스 퍼트넘도 아니란 말을 듣게 된다. 도깃의 제보를 받은 형사 알렉산더 루퍼트는 동물적 감각으로 범죄 냄새를 맡고 포르쉐 운전자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20년 변호사경력의 작가 앨런 에스킨스의 풍성한 묘사와 지능적인 범죄가 빚어내는 팽팽함이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굿걸/메리 쿠바카 지음, 김효정 옮김/레디셋고

평범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였다가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뉴욕의 신인 메리 쿠비카의 데뷔작 ‘굿걸’은 섬세한 심리묘사와 치밀한 구성, 복선과 예측하기 어려운 반전 등 심리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준다. 시카고 명문가의 골칫거리인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막내딸 미아가 납치됐다가 몇 달 만에 돌아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그녀를 애타게 찾은 어머니 이브와 형사 호프먼은 안도의 숨을 쉬지만 돌아온 미아는 기억을 잃은 채 자신을 클로이라고 주장한다, 폐인이 되어 돌아온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식들이 다 커 외로움을 느끼는 어머니, 흰머리가 희끗 희끗한 중년의 평범한 형사, 적은 벌이로 힘겹게 살아가는 흙수저인 의문의 젊은 남자까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 펼치는 미묘한 감정선과 사건의 교차가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예담

출간 즉시 ‘올 여름에 읽을 최고의 소설’로 꼽히며 뉴욕타임스,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영국작가 루스 웨어의 데뷔작 ‘인어 다크, 다크 우드’(예담)는 첫장부터 미스터리한 설정과 빠른 전개로 흡입력있게 독자들을 끌고간다.

어둡고 고요한 숲속, 상처투성이의 여자가 달리고 있다. 사력을 다하지만 결국 쓰러지고 그녀가 깨어난 곳은 병원. 그리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혹은 ‘무슨 짓’을 저질렀음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오래 전 고향을 떠나온 노라는 두문분출하며 런던의 아파트에 틀어박혀 글을 쓰는 소설가이다. 어느 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십대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였지만 지금은 연락이 끊긴 클레어의 결혼 전 싱글 파티 초대장. 10년만에 재회한 클레어는 어쩐지 어색하기만 하고 하나씩 일어나는 사건들로 즐겁고 편안해야 할 싱글 파티는 어느새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의 신간으로 변해간다. 인적 없는 외딴 공간, 밤새 내리는 눈, 끊어진 전화선, 발이 묶인 사람들 등 ‘미스터리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를 연상시키는 고전적 배경이 흥미롭다.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창해

2011년 ’크리피‘로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한 마에카와 유타카의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창해)은 ’크리피‘를 잇는 공포와 광기의 실체를 보여준다.

1985년 여름, 한 남자가 여섯 여자와 집단자살을 했다. 남자는 1년동안 열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기우라 겐조. 집단자살한 여자들은 그의 밑에서 일하던 매춘부였다. 기우라가 벌인 살인과 집단자살은 3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미스터리. 그 일로 숙부를 잃은 한 기자가 30년전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성의 행방의 쫒으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당시 기우라 밑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열다섯 살 소녀 우타. 기자는 그녀로부터 충격적인 진실을 듣게 된다.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우라 사건을 재조명한 책을 쓰는데 이 책이 바로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저널리스트의 논픽션 소설이 그대로 마에카와 유타카의 소설이 되는 셈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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