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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를 보는 관점
최근 수년간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기준으로 보면, 2012년말 660조원에서 2015년말 812조원으로 늘어났으며, 그 중 주택담보대출은 404조원에서 501조원으로 늘어났다. 증가율로 보면 최근 2년간의 증가세가 더욱 인상적인데, 2012, 2013년 3%대에 머물렀던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율은 2014년, 2015년에 무려 10.2%, 8.8%로 확대되었다.

주택이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값비싼 내구재이며, 자기자본만으로 매입하기보다는 주택담보대출을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주택의 매입이 늘어나면 주택담보대출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증가세가 10%를 넘나들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은 분명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고 관련 금융규제가 완화된 탓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택 임대차시장의 구조 변화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자가보유율 55%를 감안해보면, 전체 가구의 절반 가까이는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임대주택의 공급이 누구에 의해 어떤 형태로 공급되는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의 움직임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과거처럼 대부분의 임대주택이 다주택 보유자에 의해 전세 형태로 공급될 경우, 임대인의 주택 매입은 임차인이 제공하는 전세보증금과 약간의 자기자본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와 달리 임대주택이 순수한 월세 형태로 공급된다면, 임대인의 주택 매입은 전세보증금 대신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하게 된다. 즉 전세의 경우 임차인이 제공하는 전세보증금이 임대인의 주택구입을 위한 일종의 신용대출 역할을 하는 반면, 순수 월세의 경우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우리나라의 주택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진행되면서 2014년 기준 월세가구의 비중은 55% 수준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임대주택 구입을 위한 임대인의 자금조달 형태도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에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로 바뀌고 있다.

근래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이러한 요인이다. 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외견상 레버리지의 확대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세 시대의 사금융이 월세 시대의 제도권 금융으로 변환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다. 전세보증금의 경우 전세가격 하락 또는 임대인의 디폴트 관련 위험이 사금융 시장에 잠재되어 있는 반면, 월세시대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은 LTV와 DTI 규제 등을 통해 제도권에서 관리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이례적인 증가세는 저금리 때문이라기보다는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개인들이 공급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유지되는 한, 월세로의 전환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의 지속적인 증가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를 억제하고자 한다면, 금융규제 강화보다는 기업형 임대(또는 공공임대)의 활성화를 통해 임대주택 시장에서 개인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대응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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