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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 박세리의 개척정신 주목하는 이유
모든 게 암울했다. 금융위기로 온 국민이 생존을 걱정하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고 산더미같은 외채를 안은 경제적인 약자였던 한국은 세계 최강국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떠밀려 가며 난파 위기에 희망의 방향타를 다시 잡게 해준 것은 스포츠였다. 야구의 박찬호와 골프의 박세리가 미국에서 기적같은 승전보를 전해주며 나락으로 떨어진 국민들의 기를 살려주고 재생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박세리가 맨발로 물에 들어가 샷을 하고 끝내 대망의 우승을 차지한 것은 한국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박세리의 우승은 국민들에게 삶의 기쁨과 열정을 선사했다.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의 ‘머니게임’에 끌려가던 당시 한국의 상황에서 박세리의 우승은 건국이래 국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기 여파로 부도나 실직을 당한 국민 대다수들은 박세리의 쾌거를 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훗날 US오픈을 석권한 박인비, 최나연, 유소연 등 이른바 ‘박세리 키드’는 그의 영향을 받아 골프에 입문하게됐다.

박세리는 골프를 통해 한국의 위기를 탈출케 한 ‘잔다르크’였으며, 세계 최강국으로 성장한 한국골프의 전설이 됐다. 박세리가 차지하고 있는 시대적, 사회적, 스포츠적 의미를 높이 평가한 정부는 애국가 영상에 박세리의 US오픈 경기 장면을 집어 넣기도 했다.

US오픈 우승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박세리가 지난 9일 올해 US오픈 2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18년동안 미 골프무대에서 25승을 올리며 2007년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는 등 많은 영감을 주었던 최고의 선수였던 그였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미국골프협회는 올해 US오픈 기간중 메인화면에 골프공을 손에 든 박세리의 사진을 올리며 ‘생규, 세리’라는 글을 붙이고 직접 인터뷰를 한 동영상을 올려놓기도 했다.

스포츠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사회와 시대의 변화상이 스포츠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서구에서 산업혁명으로 현대 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듯이 우리나라 스포츠는 산업의 성장과 함께 고락을 함께 했다. 60, 70년대 수출경제를 국가정책으로 내세웠을 때 스포츠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서 국위 선양에 앞장섰으며, 80,90년대 세계화에 주력했을 때, 골프, 야구 등이 미국무대에 본격 진출했다. 박세리, 박찬호는 스포츠에서는 세계화의 최대 상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삼성,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킨 한국 경제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위한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인해 지난 수년간 성장률 저하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위기를 이겨낸 한국이지만 이번 금융위기을 극복하지 못하면 후진국 나락으로 추락할 위험성이 크다. 이럴 때 미국무대에서 은퇴한 박세리가 US오픈에서 보여준 개척과 도전정신을 다시한번 새겨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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