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철수의 사드 국민투표론
사드 문제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까지 시끌시끌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안철수 의원은 갑자기 사드 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주장을 들으면서 어리둥절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국민투표’란 그렇게 쉽게 내뱉는 용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투표 부의권을 규정한 헌법 72조를 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다. 규정 이렇다 해서 국가안위의 중요 정책이 있을 때마다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해석하면 곤란하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재신임 국민투표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국민투표 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한 경우”로 판단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헌법 72조에 나열돼 있는 경우들을 예시적이라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의 이런 결정은, 국민투표란 그렇게 쉽게 말하고 실시할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안철수 의원이 주장하는 식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면, 미군 기지를 옮길 때 불거질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놓고도 국민투표를 해야 하고, 해군기지 건설 문제도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그래서 안철수 의원의 이런 제안은 정말 생뚱맞은 주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물론 안철수 의원이 이를 모르고 주장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만일 모르고 국민투표 제안을 했다면 더는 말할 가치조차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고도 이런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큰데,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한 국가의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 이런 주장을 알면서 했다면, 더욱 문제라는 것이다. 사드 문제가 그만큼 중요한 문제라면,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치열한 논쟁을 유도하는 게 지도자로서 옳은 자세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안철수 의원은 왜 국민투표 얘기를 했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추론하자면 이렇다. 공교롭게도 지난 월요일은 국민의당 박선숙ㆍ김수민 의원의 구속 적부심이 있는 날이었다. 구속 여부를 떠나 두 의원이 포토라인에서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는 것만으로도 국민의당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고자 또 다른 이슈를 제기할 필요성이 있었는데, 그것이 국민투표 제안이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난 월요일 국민의당은 백드롭을 녹색에서 하얀색으로 교체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를 두고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많은 이들은 백드롭의 색깔 교체를 박선숙ㆍ김수민이란 ‘색깔 빼기’라고 봤던 것이다. 그렇기에 안철수 의원의 국민투표 제안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추론이 사실이라면 여기서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정치 지도자라면 국민의당 문제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 특정 이슈를 다른 이슈로 덮으려 한다면 이는 전형적인 정치공학적 접근이다. 안철수 의원이 주장하는 새정치 이미지엔 맞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안철수 의원은 그동안 ‘안보는 보수’란 주장을 펴왔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안철수 의원이 앞장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현상도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새 정치의 핵심은 정치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안철수식 정치’는 오히려 정치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