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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문창진 차의과학대학교 대학원장] 환경권과 미세먼지
얼마 전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이 항공기를 띄워 한반도 상공의 대기상황을 측정했다. 이들은 한국의 대기오염 상태가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NASA 연구팀이 내려다본 서울상공은 미세먼지 농도가 좋다고 하는 날에도 먼지띠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한국에 경고를 날렸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2060년이 되면 더욱 많아져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미세먼지는 질병을 야기하여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노동생산성을 저하시켜 경제적 손실도 초래한다. 경제피해 규모가 한국이 OECD 국가 중 단연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우울한 증거는 또 있다. 예일 대학과 콜롬비아 대학이 공동 조사한 ‘2016 환경성과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공기 질 부문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51점으로 180개국 중 173위를 차지했다. 33위를 차지한 일본과 비교하면 무척 대조적이다. 이렇게 공기의 질이 나빠진 것은 환경개선을 게을리한 탓이라는 조사팀의 지적도 아픈 대목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는 중국 북경의 일로만 여겼다. 북경을 뒤덮은 자욱한 스모그를 뉴스화면으로 접하면서 그래도 우리는 아직 숨 쉬고 살 만하다고 생각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우리의 현실로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당국이 미세먼지 예보를 하고 있지만 측정장소나 측정위치가 국민들의 실생활 공간과는 동떨어져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사가 없는 날에도 푸른 하늘을 보기가 힘들다.

국민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농도는 걱정스럽기 짝이 없는데 정부는 괜찮다고 발표하니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이상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미래학자들은 미세먼지를 21세기의 새로운 재앙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세균과 달리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기 때문이다. 코와 입을 통해 폐포로 들어온 후 혈관으로 퍼져 장기와 세포를 손상시킨다.

그리하여 심혈관질환, 뇌졸중, 치매, 암, 생식기계 및 신경계 이상 등 갖가지 질병을 가져온다. 초미세먼지가 5㎍/㎥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이 18%, 조기 사망률이 7%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에 실려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기오염으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의미의 ‘에어포칼립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5조에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한다”며 환경권 보장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정부가 환경권 보장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묻고 싶다.

개발 논리에 밀려 환경 보전은 뒷전이 되었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주목 받지 못했다.

국민은 정부만 믿고 있다가 상황이 악화된 연후에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자업자득의 곤경에 빠졌다. 어찌 보면 그동안 환경 보전에 소홀했던 국가와 국민이 자초한 결과다.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 탓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미세먼지 저감화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건강권 보장은 논외로 한다 하더라도 후손들에게 제대로 숨 쉬고 살 만한 나라를 물려주는 게 현 세대의 책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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