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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증세 순서를 지켜라 - 박상근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법인세율 인상을 둘러싸고 여야 간 논쟁이 뜨겁다. 야권은 줄곧 현행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야당은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최고 세율을 3%포인트 내렸으나, 혜택을 본 대기업은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내유보로 곳간만 불렸고, 상대적으로 가계소득은 줄었다는 논리를 편다. 이는 법인세율 인하로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없는데 고소득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려 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당 입장은 다르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율을 내리는 ‘조세경쟁시대’에 우리만 세율을 올리면 국내기업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가 줄어든다.

세율을 올린다고 반드시 세수가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리면 세율인상으로 늘어나는 세수보다 투자 감소, 자본 유출 등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로 인한 세수 감소가 더 커져 세수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세금은 나라 살림의 핵심이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증세 순서와 조세원칙을 지켜야 한다. 증세 순서는 ‘세원확대’가 먼저고 ‘세율인상’은 후 순위다. 이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세제개편원칙과도 부합한다. 한편 조세부담능력인 소득ㆍ소비ㆍ재산 중에서 주세원인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소득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래야 조세원칙인 ‘공평과세’를 실현하면서 원활하게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38%)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5.8%)보다 높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비율은 3.6%로서 OECD 평균(8.7%)에 비해 월등히 낮다. 세수가 ‘과세대상(세원)×세율’로 계산되는 구조에서 증세를 위해서는 먼저 과세대상(세원) 확대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세원 확대는 첫째, ‘지하경제 양성화’에 중점을 둬야한다. 세무조사 강화로 이에 대응하면 돈이 장롱이나 해외로 도피하면서 경제가 위축된다. 금융실명법과 세법 등 관련법과 제도를 개선해 세원을 포착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둘째, 연 33조원에 달할 정도로 방만한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하되 연구개발(R&D) 분야는 확대해야 한다. 셋째, 고소득자영업자의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를 폐지해야 세원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부가가치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면 연 5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한국의 부가가치세율(10%)은 유럽 국가의 세율(20%대 중반)보다 월등히 낮다. 세율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소비’에 과세되는 부가가치세는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세 부담을 지는 ‘세 부담의 불공평’이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효율성이 최대 장점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세율인상이 필요하다면 부가가치세가 최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OECD의 권고이기도 하다. 다만,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세원확대와 세출구조 조정으로도 재원이 부족할 경우 최후의 증세수단으로 고려할 문제다.

박상근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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