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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차할때 똑같은 사고…택시기사 무죄ㆍ버스기사 유죄, 이유는?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1. 지난해 5월 오전 6시, 택시기사 박모(52) 씨는 여느때처럼 서울 강남에서 승객을 태웠다. 신호대기를 위해 잠시 멈춘 틈을 타, 승객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이때 옆 차로를 지나던 김모(26) 씨의 오토바이가 택시 뒷문을 들이받았다. 김 씨는 가슴부분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고, 오토바이 수리비로 190만원이 들었다. 김 씨가 크게 다친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해 현장을 떠난 택시기사 박 씨는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의견에 수긍해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 2008년 5월 버스기사 공 씨는 차량이 정체되자 정류장으로부터 약 50m 앞 지점에 승객을 내려줬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은 뒤따라오던 오토바이에 치여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오토바이 운전자도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다. 사고현장을 수습하지 않고 출발한 버스 기사 공 씨는 뺑소니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법은 공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내렸다. 
택시ㆍ버스 운전자에게는 승객이 하차할 때 후방을 확인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다만 승객의 하차를 예상하지 못할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도 있다.

위 사례에서 택시기사 박 씨와 버스기사 공 씨는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운전자에게는 승객이 하차할 때 후방을 확인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해야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위반하고 사고가 발생하자 달아난 혐의(특경법위반(도주차량)ㆍ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 미조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와 배심원들은 택시기사 박 씨의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승객이 택시에 탑승한 후 얼마되지 않아 택시비를 내지 않고 내렸고, 박 씨가 승객을 하차시키려 보도에 차를 붙여세우지도 않았다”며 ”정황을 미뤄봤을 때 박 씨가 승객이 내리려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또 “오토바이 파손 정도가 경미해 파편물도 도로에 떨어지지 않은데다 박 씨의 뒷 차들도 어려움 없이 운행했다”며 “박 씨에게 사고 후 도로를 수습할 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 씨의 경우 승객을 지정된 버스정류장이 아닌 곳에 하차시킨 점이 과실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버스운전자는 안전을 확인하고 승객을 하차시켜야 하지만, 공 씨는 이를 게을리해 정류장이 아닌 곳에 하차시켜 사고에 이르게 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한편 민사소송에서는 하차하던 승객이 오토바이 등에 부딪혀 발생한 사고에 대해 택시기사가 60~75%의 책임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하차하던 승객과 부딪혀 다친 오토바이 운전자가 택시기사 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택시기사 측 책임을 75%로 봤다. 재판부는 “택시운전자에게도 안전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지만, 오토바이 운전자 역시 정차한 택시에서 승객이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하고 사고를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전지법도 지난 2013년 비슷한 사고에서 택시기사 측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오토바이가 차선을 지키지 않아 택시에서 내리던 승객과 부딪힌 사고에 대해서 남부지법은 오토바이 측 과실을 인정해 지난 2012년 택시기사 측 책임을 60%로 판단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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