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회장 등 모럴해저드에 질타 한목소리
-검찰 수뇌부 당황…“이참에 檢개혁” 여론 비등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검사가 주식한다고 죄는 아니지 않은가?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문제가 된다고 해도 공소시효도 다 지나 처벌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저 투자를 잘한 것일 수 있다.”
진경준(49ㆍ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에 대한 ‘주식대박’ 의혹이 쏟아지던 날, 검찰 수뇌부 핵심 인사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고 한 달여 지난 17일 진 검사장은 뇌물 수수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된 건 검찰 68년 역사상 처음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부실한 내부 인사 관리 시스템, 사태를 바라보는 안이한 태도, 자기식구 감싸기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지는 이유다.
진경준 검사장(왼쪽)과 김정주 NXC 회장. |
앞서 검찰의 엘리트였던 홍만표 전 검사장도 ‘100억원대’ 변호사 수임료 등 각종 비리로 구속돼 ‘검찰 엘리트’의 모럴해저드 앞에서 국민을 분노케하고 있다. 이른바 명문대를 나와 초고속 승진을 거쳐 ‘권력’을 쥔 이들의 ‘그들만의 리그’에 많은 이들이 허탈해 하는 것이다.
이에 68년 철옹성으로 군림해온,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당장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진 검사장의 구속 앞에서 사과를 표명한 것은 이같은 검찰을 향한 싸늘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 성과가 없으면 더큰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현재까지 밝혀진 ‘진경준-김정주 커넥션’만 보더라도 대다수 민초들을 분노케할 만한 퀘퀘한 냄새가 진동한다.
진 검사장은 2005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온라인 게임업체로 꼽히는 넥슨의 김정주(48) 대표로부터 4억여원을 받아 이 회사 비상장주식 1만주를 사 이를 120여억원으로 불렸다.
김 대표는 2005년 당시 넥슨 성공에 대한 분배와 보상 방식을 놓고 초기 개발자들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자기 지분율 감소를 우려해 상장을 미뤘고, 이 과정에서 창업을 함께 했던 인물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고생한 임직원과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분 거래를 주저했던 김 대표가 진 검사장 등에게 지분을 챙겨준 데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진 검사장보다 나이는 한 살 어리지만 서울대 동기(86학번)로 대학 때부터 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진 검사장은 넥슨 비상장주를 매입한 이후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파견 근무를 했고, 2009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도 지내는 등 특수통으로 승승장구했다. 기업의 현금 거래와 비리를 수사하는 주요 보직을 맡고 있어 투자자라는 것만으로도 김 대표에게는 엄청난 힘이 됐을 것이라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나 법무부, 검찰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도르는 건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기업의 주식을 수십ㆍ수백억원대 보유한 인물이 검찰 조직에서 최고 보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할 때 이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는 게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언론은 앞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을 넥슨코리아가 매입했고, 이 거래가 넥슨의 김정주 대표와 친구인 진경준 검사장의 주선으로 이뤄진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우 민정수석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 부동산은 처가에서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정상적으로 매매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주와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 사회 엘리트집단에 대한 ‘그들만의 리그’ 비판 여론이 뒤따르면서 진 검사장을 둘러싼 진실게임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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