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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심화되는 유동성 함정, 근본 처방 시급하다
부동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통화와 관련된 지표는 집계되는 것마다 신기록행진이다. 18일 발표(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집계)된 지난 5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는 958조9937억원이다. 사상 최고치다. 한달만에 15조1398억원이 또 늘었다. 지난해 1년 새 137조원이나 급증(증가율 17.2%)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증가세는 우려를 더한다.

부동자금의 증가는 돈이 고여 돌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시중에 풀린 자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주는 통화 승수는 5월 17.0배로 지난해 5월 18.5배보다 급격히 떨어졌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시중에 자금을 넘치도록 공급해도 기업 등 실물부문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가계의 소비도 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른바 ‘유동성 함정’이다.

유동성 함정은 경제의 암이다. 양극화를 불러와 나쁜 경제로 몰고 간다. 투자-고용-소비의 선순환이 끊어지고 성장이 멈추는 것이다. 채권시장에선 저위험 초우량 채권 집중으로 나타난다. 현재 회사채 시장 발행 잔액 가운데 A(싱글 에이) 등급 이하의 비중은 22.9%(2015년말 기준)에 불과하다. 1년 전 만해도 40%를 넘었었다. 대우조선 사태 등으로 기업 회계와 재무재표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자산 시장에선 투기를 불러온다. 부동산 버블이 그 결과다. 돈 가진 자들만 돈을 벌고 실수요자들은 원하는 집을 구하지 못해 사회분열까지 생겨난다.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날 대책마련에 하루빨리 나서야 하는 이유다. 단기 부동자금의 폐해를 잡기위한 것이지만 대책은 장기적이어야 한다. 투자욕구에 부합하는 금융 신상품 개발과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된다.

우선은 기업의 발을 묶어놓은 규제를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 자금을 지원하는 공급의 규제완화는 이제 할만큼 했다. 투자 수요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IT기술을 반영한 의료산업, 시간 제한 등으로 묶인 게임산업, 지자체 이기주의로 막힌 설비투자 등에 물꼬를 터줘야 한다. 물론 병행되어야 할게 있다. 회계의 투명성 확보다. 갈길은 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6 국제 경쟁력 평가의 ‘회계와 외부감사의 적절성’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61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투자대상 기업의 위험도를 알리는 정보가 시장에 정확하게 전달되는 시스템이 확립되야 한다. 안심하고 투자할 환경이 전제되지 않으면 유동성 함정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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