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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지금까지 뭘 하다가 이제 와서…
미국 35대 대통령 J.F. 케네디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는 1961년 형이 대통령이 된 후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 그의 나이 35세. 케네디는 범죄와 전쟁을 선포했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자의 흉탄에 사망한 뒤 그 역시 형과 비슷한 운명의 길을 갔다. 1968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그는 LA의 한 호텔에서 연설을 하고 나오다가 괴한의 총에 맞아 생을 마감했다.

형이 그랬듯 그도 명연설을 남겼다.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했다. 케네디의 연설 중 한 대목이다. 

“GNP(국민총생산)에는 우리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게 담겨 있다. 우리가 미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이유를 뺀 모든 것이다.”

케네디는 경제성장과 함께 한 나라의 부를 측정하는 대표 지수인 GNP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시에는 GDP(국내총생산)보다 GNP 개념을 더 많이 사용했다.

그의 연설은 이렇게 이어진다.

“미국의 GNP에는 살인마가 사용한 권총과 칼, 아이에게 장난감을 팔기 위해 폭력을 미화하는 TV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삼림벌목과 무질서한 도시화로 인해 없어지는 자연도 들어 있다. 반면 GNP에는 우리 아이의 건강과 교육의 질이 포함돼 있지 않다. 사회적 배려와 국가에 대한 공헌도 들어 있지 않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GDP 무용론’을 꺼냈다. 이 총재는 “디지털 경제가 확산하면서 GDP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새 지표 개발을 통해 한계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GDP 무용론은 아주 오래된 논쟁이다. 디지털경제 때문에 GDP의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데 왜 우린 예전보다 행복하지 않을까’란 의문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경제학 영역에서의 연구도 활발하다. 2000대 중반부터는 경제성장과 행복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 편수가 급증하고 있다. 덕분에 한가지 분명해진 게 있다. 물질적 부(富)의 증가와 행복 간에는 정비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폴란드 출신 유대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1인당 GDP가 일정 선을 넘으면 행복지수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행복 연구자들은 보통 인간이 더 이상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제 수준을 1인당 실질 GDP 기준 1만 달러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언급했듯,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를 주축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GDP의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한국어판 제목은 ‘GDP는 틀렸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취임 첫해인 2013년 4월 통계청은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GDP를 보완해 삶의 질을 보여주는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만 3년이 흘렀고 진척된 건 없다. 최근에야 ‘GDP를 넘어서(Beyond GDP)’를 논의할 때가 됐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 동안 뭘 하다가 이제 와서 ‘GDP 무용론’을 다시 끄집어내는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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