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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이에게도 위대한 환대·친절…이게 바로 한국인”
‘K스마일’ 아리랑TV 앵커 수잔 리의 고백
무뚝뚝한 표정으로 외국인 마주하고
서로 부딪쳤을때 사과없이 지나치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 갖기 힘들것
‘가는말 고와야…’라는 한국속담 참좋아
내가 경험한 ‘情문화’ 세계인도 공감하길


나는 한국에 대해 그저 호기심이 많은 외국인이 아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거의 반평생을 한국에서 지내왔기에 한국을 가슴에 품었다. 한국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만 친절할 것이 아니라 외국인노동자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들까지 차별없이 친절하게 대하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길 희망하며 그 동안 내가 겪은 경험 일부를 나누고자 한다.

부산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다. 4세 때부터 오랜 시간을 부산에서 보내며 많은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면 아주머니들은 늘 나에게 맛있는 떡과 엿, 과자를 사주셨고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만난 선생님과 언니들도 초코렛을 사주곤 했다. 

방송 등을 통해 국내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앵커 수잔 리가‘ K스마일’ 캠페인을 통해 한국에서의 행복하고 따스한 경험 외국인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사진은 수잔 리가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수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먹거리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다. 왜냐하면 이 그 당시 받았던 친절과 따뜻함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친절은 서로간의 존중과 배려를 통해 사람과 사람사이를 마음으로 연결 시켜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한국에서 그런 친절들을 경험했다.

오랜 세월을 한국의 여러 방송사에서 영어교육 및 문화의식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나는 어느 날 택시를 이용했는데, 그 기사님은 방송에 나온 나를 알아보고 택시요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이유를 묻자 내가 진행한 교육 방송을 통해 자신의 딸이 많이 배웠다며, 보답하기 위한 이유라고 하셨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딸을 학원에 보내지 못했던 기사님은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고, 그 당시 딸은 내가 진행하는 영어방송의 팬이었는데 프로그램을 열심히 시청하면서 영어공부를 한 덕에 성적도 오르고 원하는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건 따님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지 내가 한 것이 아닙니다”라며 요금을 지불하려고 하자 기사님은 한사코 사양하셨다.

수잔 리 맥도널드 (Susan Lee MacDonald)
▷1978년생
▷하버드대학원 심리학 석사
▷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석사
▷콜럼비아대 정치학 전공
▷ EBS, KBS, MBC, 아리랑TV 등 영어방송 진행자
▷ 컨설팅회사‘라이언 복스’대표이사

내 방송 덕분에 그 학생이 좋은 학교를 들어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사님이 딸에게 가지고 있던 죄책감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기뻤다. 그래서 나는 요즘에도 그 택시기사님을 종종 떠올리며 어디에서건 택시기사님과 딸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길 바란다.

인상깊게 생각하는 기억 중의 또 하나는 바로 내가 진행하던 아리랑TV의 토크쇼를 촬영하러 전남 여수를 방문했을 때다. 촬영을 끝내고 일행과 펜션에 머물며 인근에 저녁을 먹으로 나선 길, 어떤 중년의 신사분으로부터 갑작스런 집들이 초대를 받았다. 길에서 만난 이로부터 집들이 초대라니, 다른 때 였다면 거절했겠지만, 친구와 함께 있었고, 한옥 집들이라는 점이 무척 궁금해 초대를 받아들였다.

그곳엔 90여명이 한옥 집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우린 주인 분이 안내해 준 식탁에 앉아 정말 많은 양과 놀라운 맛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전라도 지역음식을 아시는 분들은 내가 먹은 잔치음식들이 얼마나 맛있었을지 아시리라 생각된다.

막걸리와 푸짐한 음식으로 동네 분들과 함께 잔치를 함께 즐겼던 우리는 배가 너무 불러 펜션까지 걸어가려고 했는데, 집 주인께서 “바깥이 어둡다”며 우리를 숙소까지 태워다 주었다. 모르는 이에게도 베푸는 위대한 환대와 친절. 이것이 내가 경험한 한국이다.

사실 이런 한국의 친절이 잘 드러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무뚝뚝한 얼굴로 외국인들을 대한다거나, 길에서 부딪히고도 간단한 사과 한마디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 힘든 풍경이다.

내가 지도하는 다문화인식 수업에서는 이런 아쉬운 점을 개선해 외국인들이 한국인들 오해하는 것을 줄이고자 외국인들을 배려할 수 있는 에티켓에 대해 가르치기도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내가 참 좋아하는 속담이다. 내가 관광객으로 다른 나라에 갔을 때 그 나라의 사람들이 바가지를 씌우거나, 길거리에서 부딪혔는데 사과한마디 없이 지나가버리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내가 대우받고 싶은 만큼 상대방을 대우해주는 것, 그 작은 노력 하나만으로도 변화는 분명 일어날 것이며, 그렇게 개개인이 변화하여 전 국민의 인식 또한 변화하는 것이다.

‘2016~2018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한국방문위원회는 ‘K스마일’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내가 만난 모든 따뜻한 이들처럼 한국의 진정한 친절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앞으로 만나는 직장 동료, 친구, 관광객, 그리고 직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만나게 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자.

나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위해, 또 내가 받은 친절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늘 노력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 하루하루 되돌아 볼 수 있음과 그간 나에게 한국의 따스함을 전해준 모든 경험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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