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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의 알쏭달쏭 의료상식] 포켓몬 고, 우울증 치료에 효과 있다는데…
지난 한 주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 중의 하나는 ‘포켓몬 고(Go)’열풍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식 출시가 안됐지만 강원도 속초에서 실행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게임매니아들이 지난 주말 속초로 차를 몰고가 속초시내는 물론 영동고속도로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몰고왔다.

아직까지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만 출시된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 고(Go)’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파생 효과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실제 안전사고가 급증하는 등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진다는 우려와 함께 의학계에서는 오히려 야외에서 활동함으로써 육체적인 운동효과는 물론 정신ㆍ심리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미국 CNN방송과 온라인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앨러트 등 각종 매체에 따르면 사람을 PC방이나 집 의자에 고정해 놓는 보통 전자게임들과 달리 포켓몬 고는 게임 속 포켓몬들을 포획하기 위해 실제 야외를 이곳저곳 걷고 달려야 한다는 점에서 평소 운동이 부족하던 사람들을 움직이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롱비치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운동건강학과 쿨로비츠 앨런카 교수는 “이 게임을 하면서 적게는 몇km에서 길게는 10여km까지 걷다보면 만보걷기 등 운동 목표를 이룰 수 있게 해준다”며 호평했다. 실제 외국의 SNS상에서도 “오늘 포켓몬을 잡으려고 13km나 걸었다”는 식의 글들이 올라오고 국내에서도 “속초에서 포켓몬을 잡으려고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은 걷기운동를 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있다.

의료계에서도 이 게임이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있다. 평소 우울증 등 기분장애를 앓는 사람들이나 사회불안장애로 외부 출입이 어려운 사람들도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포켓몬을 잡으러 밖으로 나가는 한편 이웃과 마주치거나 걷고 운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가인 존 그러홀 박사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야외 활동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은 최소 20년 전에 입증된 내용”이라며 “포켓몬 고처럼 야외 활동을하며 낯선 이들과 흥미를 공유하는 것은 우울증 치료에 무척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홀 박사는 “그렇다고 포켓몬 고가 우울증 등에 전문적인 치료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심각한 감정장애나 만성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며 “이런 경우에는 약물과 심리치료가 동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아직 이 게임이 그 자체로 항우울제 만큼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라며 “다만 우울증 환자가 동기부여적인 측면에서 야외로 나가 햇빛을 쬐고 사람들과도 대화를 시도해준다는 점에서 긍적적인 측면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포켓몬 고가 정신과 영역의 다른 치료처럼 인위적으로 사람들의 기분을 개선하려들지 않고 단지 게임이며, 게임을 즐기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우울증이 해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항우울제 등 약물요법과 인지행동치료 등 기존의 우울증 치료에 비해 다른 점은 모든 게임이 그렇듯이 지나친 열광으로 인한 ‘중독증’이 발생할 수있고 게임의 본질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이 게임으로 인해 야외로 나가는 이유가 포켓몬을 잡으러 가는 ‘목적지향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하는 개념으로는 볼 수 없다”라며 “의료현장에서도 우울증 치료는 항우울제 등 약물치료와 함께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야외로 나가 자연을 즐기고, 문화활동을 즐기는 병행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치료에 비해 이 게임이 더 효과가 좋다고 볼 수는 없다”고 조언했다.

아무튼 스마트폰으로 인해 게임중독, 스마트폰 치매, 스마트폰좀비 등이 사회적 이슈로까지 대두된 상황에서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게임중독으로 인해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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