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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신러닝’의 세상, 상상 그 이상이 온다
데이터 분석해 미래 예측하는 ‘머신러닝’
목적지 최단거리·데이트 상대 찾아주기 등
알고리즘 기반으로 인류의 삶 업그레이드
“모든 지식·분야의 ‘마스터’ 알고리즘 가능”
세상의 난제 해결…경이로운 미래상 예측



“차량의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기술자와 정비공만 알면 된다. 반면 운전대를 돌리면 차량의 방향이 바뀌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이 멈춘다는 것은 모든 운전자가 알아야 한다.”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의 선구적 과학자로 MIT, 스탠퍼드대 등에서 교환교수로 활동중인 페드로 도밍고스는 우리가 머신러닝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차량과 운전자에 빗대 이렇게 설명한다. 알파고 때문에 딥러닝, 머신러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컴퓨터 공학자나 알면 될 일이지 싶지만 세상이 바뀌는 방식을 알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머신러닝에 대해 그나마 쉽게 쓰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마스터 알고리즘’(비즈니스북스)에서 도밍고스는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 머신러닝이 우리의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상세히 들려준다.

과학과 기술, 사업, 정치, 전쟁 등 세상을 격변시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머신러닝은 사실 생활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가령 목적지까지 차를 몰고 갈 때 최단거리를 알려주는 교통예측체계나 좋아하는 노래만 들려주는 인터넷 라디오, 외국어를 번역해주는 구글번역기 뒤에는 모두 머신러닝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을 알려주거나 점심을 먹을 식당, 심지어 데이트 상대를 찾는 일까지 머신러닝은 곳곳에서 일을 수행하고 있다.

머신러닝을 이해하려면 알고리즘을 먼저 알아야 한다. 컴퓨터가 수행할 일을 순서대로 알려주는 명령어의 집합인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넣으면 이를 처리해 결과를 내놓는다. 머신러닝은 이 과정을 바꿨다고 보면 된다. 데이터와 원하는 결과를 넣으면 데이터를 결과로 바꿔주는 알고리즘을 내놓는다. 컴퓨터가 스스로 프로그램을 작성하기 때문에 사람이 프로그램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

“여전히 우리는 결국 인간을 위한 직업은 없어질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내 생각은 아니다. 컴퓨터와 로봇이 모든 일을 인간보다 잘하는 날이 온다 하더라도(가까운 장래는 아니다) 적어도 우리 중 일부는 일자리를 보전할 것이다. 가벼운 대화까지 하며 완벽하게 인간을 흉내 내는 로봇 바텐더가 생길 테지만 고객들은 사람인 바텐더를 더 선호할 것이다.” (‘마스터 알고리즘’에서)

컴퓨터가 자신을 프로그램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인공지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머신러닝은 제4차 산업혁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산업혁명이 수공업을 자동화하고, 정보혁명이 정신노동을 자동화했다면 머신러닝은 자동화자체를 자동화한다.

저자는 “머신러닝 혁명은 자동화를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리며 인터넷과 개인용 컴퓨터, 자동차, 증기 기관이 혁명을 일으킨 것처럼 경제 변화와 사회 변화를 광범위하게 일으킬 것”이라며, “이런 변화가 이미 분명하게 나타난 곳은 기업이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구글의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찾는 정보를 정하고 아마존의 알고리즘은 사려는 상품 종류를 예측한다. 매치닷컴의 알고리즘은 데이트할 상대를 정한다. 머신러닝이 제공한 선택지 중에서 무엇을 고를지는 이용자의 몫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99.9%는 머신러닝이 골라놓은 것이다. 즉 한 기업의 성공은 머신러닝이 얼마나 훌륭한가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머신러닝의 설계, 그 바탕에 있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접근하는 다섯가지 시각, 즉 기호주의자, 연결주의자, 진화주의자, 베이즈주의자, 유추주의자 등을 찬찬히 설명해준다. 기호주의자는 철학과 심리학, 논리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머신러닝을 ‘연역법의 역’으로 실현하려는 접근법. 연결주의자는 신경회로망 접근법을 쓰는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딥 러닝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다.

이 다섯 접근법은 각자 고유한 마스터 알고리즘이 있어 저마다 특정작업에는 훌륭하게 기능하지만 다른 작업에는 그렇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도밍고스의 야심이 있다. 모든 분야와 지식을 아우르는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마스터 알고리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종 마스터 알고리즘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세상의 모든 지식, 즉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지식을 데이터에서 얻어낼 것이다. 최종 마스터 알고리즘의 발명은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진보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최종 알고리즘이 집안일을 돕는 로봇에서부터 암치료까지 우리가 당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으로 내다본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저자는 시원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인공지능 지배의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한다. 이유는 인간과 달리 컴퓨터에는 그만의 고유한 의지가 없다는 것. 머신러닝이 무엇을 배울지를 정하는 것은 우리이고 머신러닝이 유전 알고리즘이라고 해도 통제를 벗어날 위험은 없다는 얘기다. 이는 인공지능 시스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렇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람이다.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악당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오용된 인공지능을 붙잡고 지우는 평화를 지키는 거대한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영화 속 얘기가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책에서 아기 로봇에게 지능을 부여하는 학습 모형, 인공지능이 대체할 인간의 직업, 로봇군대 등에 관한 이야기는 특히 흥미를 끌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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