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재위원회가 제7차 건축분과 회의를 통해 울주 대곡리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을 위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일명 카이네틱 댐) 사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암각화를 물에 잠기게 한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고 이 지역 생활 및 공업용수를 조달할 새로운 댐을 건설하는 것 이외에 찾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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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중단 결정된 반구대 암각화 가변형 투명 물막이댐 모형도 |
문화재위원회는 2014년 회의때 임시 물막이가 암각화에 설치되었을 때의 안전성에 대한 사전 검증테스트를 요구했고, 이에 지금까지 울산시와 울주군이 설계와 검증모형 실험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에 이어 지난 5월 24일에도 물막이 투명막에 작용하는 최대 수압에 대한 수밀성 실험을 했으나, 이음매 부분에 누수가 발생해 수밀성 확보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온 것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앞으로 수위조절안, 생태제방안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대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연댐 기능의 대폭적인 축소이외의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벽에 새긴 채색조각이라는 점에서 스페인 ‘알타미라 벽화’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되는 반구대 암각화는 또 다시 긴 세월 동안 물에 용식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0년12월 동국대 학술조사단 문명대 교수팀에 의해 발굴됐지만, 문화재 보존에 대한 민관의 공감대가 충분치 못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24년이 지나서야 국보285호로 지정됐다.
생성 시기가 신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만큼 ‘희귀한 벽화가 있더라’는 얘기가 주민들의 인구에 회자될 만도 하지만, 전문가인 문교수팀의 발굴 이전인 1965년에 이미 울산시민 식수 및 울산공단 공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사연댐이 건설돼 물에 잠기는 바람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못한 채,침수와 노출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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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년전 촬영된 암각화 모습. 음영을 잘 이용해 촬영했기 때문에 그림의 형체가 비교적 선명하다. 그러나 댐 건설이후 물에 용식돼 윤곽이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다. 머지 않아 부조의 흔적을 겨우 알아볼 정도로 암각화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
물이 들었다 빠졌다 하면, 늘 노출돼 있는 것 보다 훼손 멸실 우려가 훨씬 커지기 때문에 국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물이 들지 않게 하려면 물막이 댐을 건설함에 있어서 매우 정밀한 공법이 요구됐지만, 바위가 비정형적이고, 부착력이 떨어지는데다 갈라진 틈새가 많아 완벽한 차단형 댐 건설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난 것이다.
울산시민 식수원과 공업용수 공급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식수원을 찾기 위한 광역단체간 협력, 댐의 신설 등 SOC 차원의 메머드급 플랜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경북, 울산, 경남, 부산이 ‘물’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대승적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중앙정부 ‘파워맨’이 직접 나서 조율하지 않는 한 조속한 시일내에 대안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정권말 상황이고, 여권의 텃밭에서 불거진 이슈이기 때문에 ‘영남권 신공항’때 처럼 적당한 선에서 얼버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화재의 가치가 실용적 개발의 효용성을 뛰어넘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스페인 변호사이자 고미술품 수집가인 마르셀리노 산스 데 사우투올라가 1879년 딸 마리아와 함께 동굴을 살피다가 발견했고, 이듬해 고고학 대회에서 이 사실을 알린후 통제구역이 됐다. 미리 허락을 받아야만 벽화를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스페인에선 문화재 가치가 우선시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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