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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국의 마음이 흐르는…‘中+心=忠’
-충주풍부한 물·드넓은 평원 차지하려 삼국시대 각축전
-‘내륙의 바다’ 탄금호는 수상레저·청춘들 축제의 장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는 왜 충주를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썼을까.

감히, 조선 연산군의 실정 열 가지를 상소했다가 유배형을 언도받고 호송되는 길에 백색테러로 피살된 전직 충청감사 함허정(涵虛亭) 홍귀달은 충주를 이렇게 표현한다.

‘중원은 요지이다. 한양서 남행하는 사람이 물에 몸을 띄우거나 육지로 달리어 중원에 모였다가 다시 갈라진다. 남방에서 북행하는 자도 두 고개를 지나 중원에 모였다가 물과 평지길로 한양으로 향한다.’

충주의 가장 큰 매력의 원천은 바로 물과 평원이다.

가야 출신 악성 우륵이 망국의 설움을 달래며 가야금을 연주했던 충주 탄금대 전망대에 오르면, 남한강과 달천강이 합류한 형상, 피요르드 해안같은 충주호의 리드리컬한 강변선, 가야금 12현을 형상화한 우륵대교와 가야금의 리듬감을 파도형태로 디자인해놓은 탄금대교가 서로‘ V’자 형으로 놓인 모습, 수상스키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역동적인 질주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남향하던 백두대간이 소백ㆍ월악 쪽으로 방향을 틀고 서쪽으로 낮아지면서, 해발 1000m 안팎으로 형성된 월악, 박달, 주흘산이 남쪽을, 백운, 오갑산이 북쪽을, 부용, 보련산이 서쪽을, 충주호가 동쪽 수호하는 가운데 형성된 벌판지대를 충주호와 서울 한강을 잇는 남한강이 ‘S라인’으로 관통하는 지역이다.

기원전 마한 세력권에 있다가 백제 2대왕 다루왕(재위 A,D. 28∼77)이 정벌한 이래 400여년 백제땅으로 있는 동안에는 ‘여인’을 품은 낭자곡성(娘子谷城)으로 불렸는데, 물(水)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5세기 후반 장수왕이 정복한 고구려때엔 ‘나라의 벌판’이라는 의미로 ‘국원성(國原城)’이라 했고, 550년 신라땅이 되어 685년 부터 ‘가운데의 벌판’이란 뜻으로 중원(中原)이라 불렀다.


평원은 양식(糧食)이고, 3방의 7산(山)은 허파와 수호신이며, 남한강과 충주호의 물은 에너지와 경제를 돌게 하는 동맥이다. 그야말로 누구에게든 탐나는 도시였으므로 삼국은 충주를 얻기 위해 그토록 애를 썼다. 중원에 마음을 쏟아 얻거나 지키면 충신이기에, ‘중(中)’은 마음(心)을 더해 ‘충(忠)’으로 바뀐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은 사람 살 만 한 평지를 예고한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충주는 바다가 없는 내륙 중 가장 시원한 놀이터이자, 숱한 문화예술과 문물, 역사의 흔적이 교차하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책이다.

충주의 물은 조정 경기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이 열린 탄금대 일대에서 넓다랗게 조망할 수 있고, 만수계곡와 수주팔봉, 목계나루에서 때론 아기자기한 재잘거림을, 때론 익스트림스포츠의 장쾌함을 곁들인 매력을 두루 맛볼 수 있다.

충주시 서북쪽 칠금동의 탄금대 전망대에 오르면 남한강과 달천강이 합류한 형상, 남한상 상류 쪽으로 거북이 머리 모양으로 뻗은 대문산의 끝자락, 피요르드 해안같은 충주호의 리드리컬한 강변선을 일거에 감상할 수 있다. 탄금(彈琴)이라는 명칭이 6세기 중엽 악성 우륵의 가야금 연주에서 비롯됐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물과 뭍은 리드미컬하게 조우한다.

12줄 가야금을 형상화한 우륵대교와 우륵 가야금의 리듬감을 파도형태로 디자인해 놓은 탄금대교가 서로 ‘V’자 형으로 놓인 모습, 이 아름다운 풍광속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감동어린 표정 역시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야 출신인 우륵선생은 이곳 산상대석에 앉아 신라에 나라를 빼앗긴 한을 달래며 가야금을 타면서 제자들에게 노래와 가야금, 춤을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망국의 슬픔을 잊게한 풍광이다. 탄금대 일대에는 최근 발견된 백제 토성과 충주문화원, 야외음악당, 충혼탑, 감자꽃노래비, 우륵선생추모비, 궁도장, 조각공원, 체육공원이 있다.

탄금대에서 중원대로와 팔봉향산길을 따라 13㎞가량 남쪽으로 가면 살미면 토계리에 이르러 달천강이 빚은 수주팔봉을 만난다. 속리산과 남한강을 이어주는 달천강은 예로부터 물맛이 달다고 해서 달래강이라고도 부른다.

수주팔봉은 물이 휘감아 돌아가는 곳에 여덟 개의 흰색 바위 봉우리가 있다는 뜻이다. 설악산의 칠형제봉이 중후장대하다면, 수주팔봉은 작지만 옹골찬 모습의 암석 무리여서 가히 ‘강소(强小) 설악’이라 할 만 하다. 가족이 물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강바람 속에 묵은 고민들을 꺼내놓기 안성맞춤이다. 조선 철종이 낮잠 잘 때 보았다가 수소문끝에 찾아가 탁족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왕이 왕림한 곳을 ‘어림포’, 왕이 걸어서 지난 곳을 ‘왕답’이라 부른다. 역대 임금이 즐긴 것 치고 최고가 아닌 것이 없다.

충주 수안보가 우리나라 최고 온천임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이다. 수안보가 온천 외에 건강한 냉천도 겸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월악산국립공원 포암산과 만수봉 사이 수안보면 미륵리의 만수계곡은 화강암이 빚어낸 판상절리, 너럭바위, 수직절리에 의한 절벽 사이로 청정 옥수가 흐른다. 계곡이 넓지 않아 양편의 나무가 터널 모양으로 그늘을 만들어 준다.

만수무강의 그 ‘만수(萬壽)’이다. 계곡을 한 바퀴 돌며 숲과 물의 정기를 들이마시면 만수무강한다고 한다. 완만한 경사의 만수자연관찰로에서는 백리향, 둥굴레, 까치수염, 참나리, 좀개미취 등 월악의 들꽃 100여 종을 볼 수 있다. 오토캠핑, 풀옵션캠핑 등 구색이 다양한 인근 닷돈재 캠핑장은 송계계곡과도 가까워 일석이조의 입지이다.

물은 충주만의 축제를 만들어냈다. 오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열리는 2016충주호수축제는 해수욕보다 상큼하게, 해변보다 다채롭게 ‘피서테인먼트’를 즐길 기회이다. ‘내륙의 바다-탄금호로 떠나는 올여름 시원한 바캉스’가 슬로건이다. 충주시가 추경에 호수축제 예산을 더 배정해 축제규모를 대폭 키웠다.

대규모 수상 워터파크, 워터후프 왕 선발대회, 수중씨름, 워터 림보, 수중 베게싸움 등 이벤트에 땅콩보트, 바나나보트, 카약, 카누 등 바다에서 할 수 없는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다. 초대형 스크린 미디어 파사드 공연, 창작보트 경주대회, 캐릭터 유등 퍼포먼스도 진행된다. 격년제라 내년엔 못 본다.

근년 한 지역에서 대박을 낸 맥주 페스티벌도 올해 충주호수축제에 곁들여진다. 만원의 행복, 맥주 무한리필. 충주시는 충북 일대 대리기사들을 대거 행사장에 배치하는 세심함까지 보인다.

엄정면의 목계나루는 수운과 육로의 요충으로 동서남북 문물이 집산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주막거리 청춘의 재잘거림과 수상스키의 역동성이 넘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목계나루 선착장, 탄금대교 달천스쿨까지 수상스키 영역은 길어졌다. 2030 애호가들이 북적거리는데, 운동신경 좋은 4050대와 액티브 시니어 조차 배에 달린 손잡이로 10여분 리허설을 하고 나면 2030 조카들을 제치고 거뜬히 첫 시도만에 성공하기도 했다.

장수왕의 충주 정복을 경하하기 위해 손자 문자왕이 광개토왕비를 모방해 만든 중원고구려비를 비롯해 백제토성, 신라 중앙탑 등 충주에 즐비한 역사의 흔적은 물놀이를 마친 피서객들에게 살아있는 교양이 된다.

조선 초기의 석학 정인지는 ‘충주는 빈객(賓客)들이 모여들어, 밝고 지혜로움으로 다스려 지는 곳’이라 했다. ‘탐나는 도시’ 충주에 모여드는 바캉스족들은 신나게 놀면서도 지혜와 인문학적 소양까지 다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름이 지나도 좀처럼 여운이 가시지 않을 것 같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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