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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겨워하는 거제서 어찌 노냐고?…눈부신 풍광 미안할 틈 없죠
조선업의 극심한 침체로 지역경제 위기감
주민 힘겹다고 여행 꺼리지 말아야
두개의 섬이 맞닿은 약초섬 ‘해금강’
풍차와 탁트인 바다전망 ‘바람의 언덕’
올 찾고싶은 33섬 ‘지심도’도 볼거리



거제(巨濟)의 ‘濟’는 ‘구하다’, ‘돕다’, ‘베풀다’는 뜻을 가졌다. 거제가 거제인 것은 위기의 나라를 구했고, 크게 베풀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한지 한달도 안돼 파죽지세의 왜적에게 패색이 짙던 1592년 5월, 조선 수군 일부가 도주하려는 기색을 보이자, 이순신 전라좌수사가 병사들을 일깨워 결사항전을 벌인 끝에 육군-수군을 통틀어 임진왜란 사상 첫 승을 거둔 곳이 바로 거제 옥포였다.

위기의 나라를 구하고 베풀었다는 거제가 요즘 조선산업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시계방향으로 바람의 언덕, 지심도, 외도.

이순신 함대는 일본의 도도 다카토라(藤堂高虎) 50척의 함대중 70% 가량을 괴멸시켰다고 조선왕조실족은 기록하고 있다. 옥포해전을 필두로 당항포, 한산, 명량, 노량에서 우리 수군이 주도권을 쥐는 신호탄이었다. 결국 왜군은 본국으로 쫓겨나야했다.

옥포는 1981년 대한민국 경제를 먹여살린 조선 산업의 메카로서 다시 나라경제를 구한다.

거제는 베풀었고 보듬었다. 1950년 6.25 한국전쟁이 터지자 20여만명이 피난왔다. 여기에 11월 포로수용소가 만들어지면서 포로 17만이 추가로 들어온다. 기존의 섬 주민 10만여명은 자기 입에 풀칠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이들 이방인 30여만명의 끼니를 함께 해결해주느라 몇배나 더 일을 했다.

나라를 살린 거제는 팔색조의 바닷빛 위에서 팔색조 새가 지저귀고, 베트남 하롱베이 못지 않은 다도해의 풍광이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거제는 요즘 조선산업의 갑작스럽고도 극심한 침체로 아프지만, 아름답기에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여행담당자, 관광 전담 언론인들이 조선산업의 극심한 침체로 힘겨워하는 거제를 조심스럽게 찾았다. “주민이 힘겹다고 놀러오는 것을 미안하다고 느끼지 마세요. 지금은 여러분들께서 이곳을 찾아와 아름다움을 즐겨 주시는 것이 우리를 진정 도와주는 일입니다”라면서, 재난 겪은 어느 나라 공직자가 한국에 와서 했던 말을 떠올리며 용기를 갖고 오른 여행길이었다.

아름다운 풍광에, 솔직히 미안해할 겨를이 많지 않다.

두 개의 섬이 맞닿은 해금강은 중국의 진시황제의 불로장생초를 구하는 서불이 3000명과 함께 찾았다는 ‘서불과차’ 글씨가 새겨질 정도로 약초가 많다 하여 약초섬이라고도 불린다. 두 개의 섬사이에 미륵불 바위가 굽어보는 가운데, 신랑신부 바위, 사자바위, 부처바위, 촛대바위 등 기이한 암석과 해금강 최고인 십자동굴 비경이 ‘바다의 금강’으로 불린 이유를 쉽사리 짐작케 한다. 한국관광 100선 선정은 물론이고, 일찌감치 명승 2호로 지정됐다. 거제의 도장포, 구조라, 장승포, 다대 등 유람선 선착장에서 해금강 가는 배가 출항한다.

아름다운 동백섬, 지심도에서도 거제의 구국혼을 느낄 수 있다. 지심도로 떠나는 장승포에는 서울 광화문처럼 일본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뜬 소녀상이 있다. 지심도는 과거 조선에 무역하려는 왜국 상단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었다. 우리가 그들에게 베푼것이 얼마인데, 그들은 한국을 침략한뒤 주민들을 내쫓고 병참기지화했다. 국방부가 이곳에 국방과학연구소를 세운 뜻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아름답기에 다시 분노를 감춘다. 전체 숲의 40~50%가 동백인데, 사이사이로 울릉도에서 흔히 보는 후박나무, 노거수, 돈나무, 애기등, 개가시나무 등 자연적 건강성이 높은 나무들이 공생한다. 천혜의 자연이 보존된 곳이라 멸종위기종 팔색조와 솔개, 천연기념물 수달, 흑비둘기 등이 발견된다.

일본군 포진지 흔적을 지나면 동백터널, 해안선전망대가 있고, 반대편에는 활주로가 있다. 전망대에서는 북쪽으로 진해만과 가덕도, 동남쪽으로 대한해협과 대마도를 한눈에 볼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마음심(心)’를 닮은 지심도는 올해 휴가철 찾아가고싶은 33섬으로 선정됐다.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 마을 북쪽에 자리잡은 바람의 언덕은 대형 풍차와 탁트인 바다전망이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마을이 언덕에 착상한 모습은 산토리니를 연상케 한다. 신선대 전망대에서 다도해를 굽어보면 거제 앞바다가 베트남 하롱베이보다 더 멋지다는 느낌을 준다.

외도는 ‘한국의 하와이’로 불릴 만큼 잘 가꿔진 정원과 조형미가 눈길을 끈다. 눈을 밖으로 돌리면 다도해의 풍광이, 안으로 돌리면 1000여 종 식물관광농원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들어온다.

미군 하계휴양소였던 구조라 해변은 봄엔 가장 먼저 꽃피는 육지라는 명성을 얻고, 여름엔 해양레포츠가 넘치는 피서지가 된다. 이곳에 도착한 김종 문체부 2차관은 문체부에 갓 배치받은 새내기 최혜지 사무관과 함께 해변을 폴짝 뛰면서, 아직은 사람이 많지 않은 구조라에 큰 웃음꽃을 선사한다.

몽돌해변은 늘 사람의 감성을 후벼판다. 거제의 학동흑진주, 망치, 함목, 여차 등 몽돌해변에서 파도가 밀려들어왔다가 빠져나갈때 들리는 “꼬르르르릉” 소리는 거제에 왔다가 떠나려는 사람의 붙잡는 듯 하다.

최종학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은 “이곳 저곳을 여행하는 사람은 모두 평화를 지향하며 여행지에서 얻은 경험과 힐링으로 삶의 에너지를 풍요롭게 한다”면서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를 방문해 그곳의 아름다움에 동화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은 올 여름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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